[해태] 투수들 머리 '민둥산'인 이유
기사입력 1999년 05월 21일 01시 49분
"모자 벗어봐."
해태 유남호코치의 지시에 투수들이 하나둘씩 모자를 벗자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대부분의 머리가 `민둥산'처럼 반지르르 했던 것. 마치 고교야구선수들을 연상시키는 `까까머리'였다.
해태 투수들의 머리가 온통 하얀색으로 변한 사연은 이렇다.
최근 경기에서 초반 대량실점으로 지는 일이 잦아지자 지난주부터 하나둘씩 머리를 밀기 시작했다.
투수들 가운데 최상덕 곽채진 등 `고참급'이 머리를 깎자 후배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오철민 류기중 유동훈이 가세했고, 지난 19일 두산경기에서 패하자 이날의 선발투수였던 소소경과 20일 선발인 박진철이 곧장 이발소로 향했다.
1군에 등록돼 있는 해태 투수 11명 가운데 `민둥산 클럽'에 가입한 선수가 무려 7명이나 된다.
1∼2명도 아니고 이처럼 집단으로 삭발한 것은 좀처럼 드문 일. 선수들간의 유대관계가 각별하고 군기가 엄한 해태라는 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발적이든 아니면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한 것이든 선수들이 삭발한 이유는 단 한가지. 침체된 팀분위기를 반전시켜 보려는 노력이다.
물론 머리를 깎는다고 갑자기 야구가 잘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야구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드림리그 꼴찌로 처져 있는 해태의 파이팅을 기대해 본다.
[ 광주＝김상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