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ML산책] 식어가는 그랜드슬램 신기록
기사입력 1999년 05월 20일 14시 11분
98년 9월28일（이하 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는 신화가 이루어졌다.
`빅맥' 마크 맥과이어가 1961년 이래 깨어지지 않던 로저 매리스의 메이저리그（ML） 한시즌 61개 홈런기록을 여지없이 깨고 무려 70개째 홈런포를 뿜어댄 것.
시카고 커브스의 새미 소사는 66개의 홈런을 치고도 맥과이어의 그림자에 묻혀야했다.
그런데 올시즌 내로라하는 강타자들의 화두는 `홈런 7개'다. 한시즌 홈런 7개가 무슨 기록이냐고 하겠지만 그 홈런들이 `그랜드슬램' 즉 만루홈런이라면 이야기가 틀려진다.
올시즌에는 그 어느 때보다 홈런이 양산되고 있는데다 그랜드슬램도 기록적인 추세로 터지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의 페르난도 타티스는 지난달 24일 박찬호를 상대로 한 이닝（3회초）에 2개의 만루포를 터뜨려 ML 역사책을 다시 썼고, 시애틀 매리너스의 켄 그리피 주니어는 ML 사상 17번째로 두게임 연속 만루홈런을 쳤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노마 가르시아파라는 ML 사상 11번째로 한게임 2개의 만루홈런을 쳤고, 노마의 동료 클레이턴 구바니치는 사상 4번째로 첫 ML 타석에서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투수 최고의 영예인 퍼펙트게임이 ML 역사상 13번 나왔으니 한게임 2개의 만루홈런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자연히 비교가 된다.
한시즌 최다 만루홈런 6개의 기록은 뉴욕 양키스의 1루수이던 단 매팅리가 지난 87년에 수립했다.
매팅리는 86년까지 만루 기회에서 2할5푼5리에 단 한개의 그랜드슬램도 없다가 87년 갑자기 만루포를 가동시켰다.
사상 최다 만루홈런을 친 타자는 양키스의 루 게릭으로 23개를 기록했고, 현역중에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해롤드 베인스가 13개로 최다이며, 97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12개로 한시즌 팀최다 만루홈런을 기록했다.
그런가하면 역대 최고의 유격수로 꼽히는 오지 스미스는 통산 9396타석에서 단 한개의 만루홈런도 치지 못하고 은퇴했고, 글렌 데이비스는 190개의 홈런을 치고도 그랜드슬램이 하나도 없었다.
98시즌 맥과이어가 터뜨린 70개의 홈런중 만루포는 2개였고, 소사는 66개중 3개의 만루홈런을 기록했었다.
98년에 20게임에 하나꼴로 터지던 만루홈런이 올해는 15게임마다 하나씩 나오고 있다. ML에 모두 30개팀이 소속돼 있으니 매일 하나꼴로 그랜드슬램이 터지는 셈이다.
19일 현재 만루홈런수는 38개로 타티스와 그리피, 가르시아파라, 트레비스 리가 각각 2개로 만루홈런 선두이고, 30명의 타자들이 1개씩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이 종반으로 치닫게 되면 한시즌 개인최다홈런기록 경신을 노릴 타자들이 나올만도 하다.
[LA＝민훈기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