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치] 1차전 출전금지 독기오른 '유고산 골잡이'
기사입력 1999년 05월 20일 14시 11분
99조별리그 `마지막 승부'를 애가 타도록 기다려온 골잡이가 있다.
유고산 `망치' 마니치（27．부산 대우）다.
23일 오후 4시 부산에서 벌어지는 결승 2차전.
그는 이날 목숨걸고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역적의 멍에를 벗는 일이다.
포항과의 예선 A조 최종전（12일．포항）서 관중이 던진 라이터를 관중석으로 되던지다가 레드카드를 받고 2경기 출전이 금지되면서 선수기근에 허덕이던 팀의 역적이 됐던 것이다.
하필이면 울산 현대와의 준결승과 수원 삼성과의 결승 1차전이었다.
마니치 지난 1주일을 수도승보다 더 힘들게 보냈다.
동료들의 눈빛은 원망의 비수로 느껴지고, 밥알은 모래알 만큼이나 거칠게 혀끝을 할퀼 정도였다.
`조금만 참을걸…'하며 가슴을 쳐도 어차피 깨진 쪽박이었다.
그래서 그는 한가지 결심을 했다.
팀과 동료들에게 진 빚을 온몸을 던져 갚자고.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어떻게든 골을 넣어 팀에 역전우승을 안기는 것이다.
현재 마니치의 컨디션은 최상이다.
원래 체력이 좋은 데다 1주일 동안 쉰 것이 오히려 보약이 됐다.
사실 마니치는 불같은 성질 빼놓고는 나무랄 데가 없다.
천부적인 골 감각에다 출중한 슈팅과 스피드 등 공격수로서 갖춰야 할 것은 다 갖췄다.
K리그 데뷔 2년째인 97시즌 프로스펙스컵에선 4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는 등 7경기서 6골을 기록하며 득점왕까지 먹었을 정도다.
"반성도 많이 하고, 각오도 새롭게 했습니다. 그저 우승컵만을 생각하며 그라운드에다 모든 체력을 다 쏟아붓고 나올 작정입니다."
독이 잔뜩 오른 마니치가 과연 어떤 플레이를 펼칠 지 궁금하다.
[수원＝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