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눈 뜬 황새' 김유택
기사입력 1999년 05월 17일 14시 09분
`눈 뜬 황새.'
프로농구 기아 엔터프라이즈 김유택（36）은 평소 공연한 오해에 시달렸다.
"코트 안팎에서 농구계 원로 및 선배들을 봐도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
현역선수 가운데 최고령이어서 목에 힘을 잔뜩 주었던 탓이었을까.
이같은 주위의 비난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김유택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했다.
사실 눈이 나빠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방을 잘 식별할 수 없었던 것.
그런 김유택이 "이제 인사성이 밝아졌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지난 15일 팀연고지 부산의 갤러리안과 김영권 박사의 집도로 시력교정 라식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좌 0.1, 우 0.4이던 그의 시력은 수술 다음날 검안한 결과 좌우 나란히 1.2 수준으로 단숨에 회복됐다.
"세상이 참 밝고 또렷하게 보인다."
명지고 시절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김유택은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을 무척 싫어했다.
가뜩이나 눈이 안좋은데다 날씨마저 우중충하면 안개라도 낀듯 시야가 더욱 흐려졌기 때문이다.
게임 도중 가끔씩 공의 궤적을 놓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눈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은 이제 모두 과거의 일로 접어두게 된 셈이다.
앞으로 석달 정도 외출할 때 꼭 선글라스를 끼고 신체접촉이 많은 무리한 훈련을 피하면 현재 교정된 시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단다.
`개안（開眼）'의 기쁨을 맛본 김유택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고별무대가 될 다음 시즌 밝아진 눈만큼이나 나아진 모습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다.
[김종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