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O양 보도' 왜곡말라
기사입력 1999년 05월 10일 14시 24분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오현경에 대한 최근 한 스포츠지의 잘못된 자가발전식 왜곡보도에 관해서다.
지난 8일자에 그 신문은 `O양 통곡 고백'이란 제하로 이 `비디오 사건'의 주인공인 O양에 대한 뉴욕 현지에서의 인터뷰기사를 크게 실었다.
이걸 보고 처음엔 `직접 가서 만나봤구나', `꼭꼭 숨어있던 여자를 거기까지 가서 찾아냈구나'하는 그 신문의 `노고와 투자'에 대해서 가상하게 여겼고 육성을 담은 노력을 인정했다. 동시에 숨고만 싶던 여자를 지구 반대편까지 찾아가 CF모델처럼 그 신문 들려 사진 찍고, 아픈 얘기를 들춘 `잔인함'도 느껴졌다.
그런데 그 신문의 부제와 기사본문의 일부 내용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 대목은 `국내 어떤 신문 잡지와도 인터뷰한 일 없다' `그동안 내가 했다는 얘기는 모두 조작보도'라는 부제와 O양에게 `이 비디오와 관련해 어느 누구와도 인터뷰한 일이 없다'라는 말을 따온 본문 부분이다.
지난 3월 13일자 본지에는 `소문의 O양 단독인터뷰'란 1면 제목과 본문에 `97년말 협박전화 받았었다'는 제목으로 O양 사건 이후 `명실상부'한 최초인터뷰가 실렸다. 직전 새벽 두시에 그녀가 한 `통곡'의 전화인터뷰였다. 그것도 국제전화 치고 꽤 긴 30분간의 `마라톤 인터뷰'였다. 그리고 타 신문이 뉴욕까지 가서 67시간동안 녹음기를 대고 얻어낸 내용이나, 그때 본지가 전화인터뷰해 실은 내용에 별 차이가 없다. 56일전이나 지금이나 O양은 한명이었기 때문이다.
이 최초인터뷰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차에 무려 두달 가까이 지난 후 `최초'가 또 다른 신문에 실렸다. `사건후 최초 본지단독회견'이란 제목을 달고서 말이다. 그렇다면 O양이 두명인가?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던 이유는 두가지다. 우선 이 사건의 유일하고 참담한 피해자인 O양 얘기를 또 꺼내기 싫었고, 그 `불쌍한 피해자'를 앞에 놓고 `최초' 운운하며 따진다는 건 정말 구차스럽고 못할 짓이었다.
그러나 O양의 말을 빌려 `지금까지 내가 한 얘기는 모두 조작보도'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자존심문제를 넘어선 심각한 명예훼손 문제이기 때문이다. 매스컴이 잘난 척 하며 쓰는 `단독, 독점, 최초, 특종'하는 말에 거부감이 들었던 터에 아무리 신문윤리가 땅에 떨어진 무한경쟁시대라 하더라도 이건 `자기자랑'이 아니라 `남에 대한 해꼬지'인 최소한의 `해선 안되는 잘못'이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그 신문이 뉴욕서 오현경을 인터뷰했을때, `어느 누구와도 인터뷰한 일 없다'라고 말했다는 보도를 믿지 않는다. 더 이상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상황인 그녀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 이렇게 얘기했을 지는 모르겠다.
"전화 한번 한 것이지, `정식 인터뷰'는 아니었다."
`면접', `면담'이란 `인터뷰'의 사전적 의미를 들추지는 말자. 본지는 `전화인터뷰'를 밝혔고, 이는 전신문 전방송에서 급박한 상황이나, 불가피할 경우 널리 쓰여지는 인터뷰방법중 하나다.
그 신문 수고했다. 그러나 앞으로 지면에 공언한대로 `진실'만을 써주길 바란다.
[이준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