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관전평] 역전패는 선발 책임
기사입력 1999년 05월 10일 13시 30분
박찬호가 홈런포 망령에 시달리고 있다. 올시즌 7번 선발경기에서 4번의 경기를 홈런으로 망쳤다.
4월7일 애리조나와의 첫 선발에서 2개의 홈런을 맞아 승리를 놓쳤고, 4월13일 애리조나 원정에서는 만루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4월24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는 타티스에게 한 이닝에 2개의 만루홈런 등 3개의 홈런을 내주고 다시 패했다.
올시즌 40⅓이닝에서 허용한 홈런이 무려 9개.
98시즌 34번 선발로 나서 총 220⅔이닝에서 16개의 홈런만 내준 것과는 큰 차이다. 이 추세라면 피홈런은 약 50개.
1회초 2사 만루에서 6번 버그를 삼진으로 잡아 위기를 벗어나자 안정세를 찾고 5회 1사까지 10타자를 연속으로 범타 처리하던 기세는 홈런으로 무너졌다.
천적 클리프 플로이드（27）가 다된 밥에 재를 뿌린 것.
플로이드는 작년까지 박찬호에게 12타수 3홈런 포함, 5안타에 7타점을 기록해 유난히 강했고 이날도 결국은 승리를 앗아가는 선봉장이 됐다.
1회에 4구, 3회에는 3루수 직선타구로 물러난 플로이드는 6회초 무사 1루에서 박찬호의 초구 가운데 직구를 통타, 중앙펜스를 넘겨버렸다.
지난달 19일 밀워키전부터 16⅔이닝 동안 계속된 박찬호의 무실점 행진이 중단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7회초 첫 타자 던우디에게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다시 홈런을 맞은 박찬호는 대타 프레스턴 윌슨에게 바깥쪽 높은 직구를 던졌는데 다시 우월 홈런을 허용했다.
윌슨에게 던진 공처럼 워낙 타자가 잘 쳐서 홈런이 된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플로이드에게는 한가운데 직구, 던우디에게는 밋밋하게 들어간 체인지업으로 실투였다.
홈런이 된 구질은 떨어지지 않은 변화구이거나, 가운데로 쏠리거나, 타자가 치기 좋은 약간 높게 들어간 직구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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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순간의 실투나 찰라의 집중력 저하를 곧바로 홈런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5회까지 4－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선발투수의 책임이다.
[민훈기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