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글로 되살린 '이해랑 연극혼'
기사입력 1999년 05월 03일 14시 59분
"이제야 도리를 다 한 것 같습니다."
연극평론가인 단국대 유민영교수가 10여년간의 작업끝에 최근 이해랑 평전(태학사 간)을 탈고해 연극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해랑(1916∼1989)은 서구 근대극을 주체적으로 수용해 이 땅에 토착화시키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한 인물. 30년대 극예술연구회에서 출발해 70년대 예총회장에 이르기까지 한국연극을 이끌어온 우리 연극사의 거목이다.
생전의 고인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유교수는 이해랑의 이런 연극사적인 의의뿐 아니라 인간적인 체취를 55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꼼꼼하게 정리했다.
가족과 일가 친척들, 연극계 인사들과의 인터뷰는 물론 먼지가 뽀얗게 묻어있는 오래된 연극 팸플릿까지, 이해랑과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지 뒤져 하나의 웅대한 `연극혼'을 재구성해냈다.
"아주 소탈하고 격식이 없는 분이었습니다. 사람을 워낙 좋아해 항상 주위에 후배, 동료들로 북적댔지요. 거의 날마다 술을 드셨는데 연극이야기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습니다."
70년대 이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보아온 유교수는 그와 나눈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그의 심오한 연극론에서 다양한 에피소드까지 망라해 `인간 이해랑'을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세익스피어보다 체홉과 입센을 좋아했던 이유, 지갑에 항상 꽂혀있던 수표 두어장을 끝내 못쓰고 타계한 사연 등이 흥미있게 담겨져있다.
"고인의 자제들이 이 책을 보고 `아니 이런 일이 있었느냐'며 놀라더라"고 소개한 유교수는 "최근 몇년간은 마치 이해랑선생과 함께 사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이해랑평전에 이어 유치진 평전을 집필할 계획이라는 유교수는 "평전문학의 새 장을 열고 싶다"고 포부를 털어놓았다. [김형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