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피(1)

기사입력 1999년 05월 02일 14시 39분


"다음 소식입니다. 잔인한 살인행각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최일X씨의 형이 오늘 집행되었습니다. 최씨는 2년전 옆 집에서 아이가 운다는 이유로 일가족을 살해하고 경찰의 포위망을 피해 5차례에 걸쳐 살인행각을 펼치다, 지난해 5월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살인 동기에 대해 최씨는 '아무런 생각도 없다. 나에게는 밥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해…."

-1-

'쓰벌 술 좀 먹었다고 위가 빵꾸가 나냐? 그건 그렇고 피는 언제 오는 거야? 빨리 퇴원해야 하는데….'

텔레비전을 보던 형택은 짜증이 났다.

맨날 똑같은 시간에 밥먹고, 하루종일 텔레비전 보고, 자다 깨워서 체온 재가고,담배도 못 피고, 술도 못 마시고, 정말 병원이란 곳은 감옥보다 심한 것 같았다.

"여봐요, 간호사. 도대체 언제 수혈받고 언제 퇴원하는 거예요?"

그는 마침 들어온 풋내기 간호사에게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 듯 소리를 버럭 질렀다.

며칠 입원했다고 적응이 되는지 간호사에게 소리지르는 것도 이젠 지겨워졌다.

그런데 대답은 늘 들어오던 '곧 될 거예요'가 아니었다.

"아, 죄송합니다. 조금 있으면 수혈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오늘 들어왔거든요. 어디 RH-가 흔해야지요. 오늘 이거 수혈 받으시면 퇴원하셔도 되요. 퇴원하면 술 드시지 마시고요. 또 하혈이 있으면 수술해야 되거든요. 조심하세요. 가뜩이나 피 구하기도 힘든데…."

"진짜요? 오늘 퇴원해도 되는 거예요?"

"글쎄요? 위는 다 완쾌되었거든요. 조심만 하시면 오늘 퇴원하셔도 될 거예요.수혈받는데 부작용만 없으면…."

"알았어요. 빨리 좀 해줘요.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구만."

-2-

"실험 결과는?"

"아주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특별한 세균도 없고, 극히 건강할 뿐입니다."

하얀 가운을 입은 두 남자가 보였다.

한명은 사람 좋은 얼굴, 좀 늙어 보이는 사람은 돈이라면 뭐든지 할 것 같은 인상이었다.

"근데, 어떻게 그렇게 하셨어요?"

"훗, 돈이면 안 되는 게 없지. 별로 많이 남지는 않아도, 병원 이미지상…, 음… 그런 건 알아서 뭐하나?"

"아뇨, 그냥…. 위법 아니에요?"

"… 자네, 그렇게 성인군자인가? 그건 내가 산 거야. 그러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되는 거야. 알겠나?"

"그래도…."[계속]

글·김도현

/하이텔/악몽따라&무진교(go sg90)

※지난회 보기:스포츠조선 인터넷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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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23세. 올해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아이디는 작가의 인생관을 함축한 `궁극바보'. 대부분의 작품이 취중에 쓴 것처럼 혼란스럽고 극단적인 표현으로 이어진 것은 근원에 대한 집착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평가. 창작 경력은 짧지만 기사체 소설에 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