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한국사람 다된 윌리포드
기사입력 1999년 04월 23일 14시 11분
부산 기아 외국인 센터 제이슨 윌리포드（29）는 사석에서 팀선배 강동희 정인교를 깍듯이 형이라고 부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세시즌째 국내 무대에서 뛴 윌리포드는 한국 사람이 다 됐다.
23일 밤 서울 팔레스호텔의 한 레스토랑.
다음날 귀국길에 오르는 윌리포드를 위한 환송연이 열렸다.
기아 최상철 단장이 양주를 권하자 윌리포드는 두손을 모아 잔을 받으며 예의까지 갖췄다.
또 고개를 돌려 금세 한잔 비운 뒤 다시 양손으로 술병을 잡고 다른 사람에게 잔을 돌렸다.
어느새 격식을 차리는 한국의 주도（酒道）까지 몸에 밴 것.
한국 문화에 완전히 적응한 윌리포드는 요구사항만 잔뜩 늘어놓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베풀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도 갖고 있다.
동료들과 택시를 타면 자신이 먼저 요금을 내려고 애를 쓴다.
얼마 전엔 통역 이은석씨의 팔을 붙잡고 이태원으로 데려갔다.
한시즌 동안 늘 붙어다니며 고생해준데 대한 감사 표시를 하기 위해 양복 한벌을 맞춰줬다.
완전히 한국에 동화된 윌리포드는 다음 시즌 재계약 문제에 대해 "Maybe（아마도）"라는 불확실한 대답을 남긴채 23일 미국 리치먼드로 떠났다.
기량 만큼이나 수준급인 매너를 지닌 윌리포드가 다음 시즌에도 계속 한국에서 뛸 수 있을까?
[김종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