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억세게 '재수 없는 날'
기사입력 1999년 04월 21일 15시 47분
추석이나 설날같은 명절 때면 이 나라 TV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외국 프로그램. 로완 아튼킨스의 `미스터 빈'과 `폭소잔치'다.
이중 `폭소잔치'는 영국, 프랑스 등지서 만든 몰래 카메라 방식인데 우리가 봐도 상당히 재밌다.
이를테면 남이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는데, 누가 나타나 느닷없이 핥아 먹는다거나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자르는데 한 조각을 날름 집어 먹으며 그 음식 주인의 표정을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라면 어떨까? 내 음식을 누군가가 불쑥 나타나서 빼앗아 먹는다면, 서양인들처럼 웃고 말까? 싸움나기 십상 아닐까!
그나저나 남의 음식을 슬쩍 먹을 땐 조심해야 한다. 이런 일이 있었거든.
_한 사내가 칵테일 잔을 앞에 놓고 아주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말없이 앉아있기만 하자 다른 자리 사람들의 장난끼가 발동됐다.
`실연을 당한 걸까, 술이 아까워설까? 내가 가서 날름 마셔볼게. 그 친구의 반응을 보자구!'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이 `슬픈 사내'의 탁자에 가서 그 칵테일 잔을 들어 쭉∼ 원샷으로 마셔 버렸다. 그러자 사내는 이제 엉엉 우는 것이 아닌가.
"당신이 우울해 하길래 장난을 쳐 본 겁니다. 술이 아깝다면 제가 사죠!"
그러나 사내의 대답은 이랬다.
"어지간히 재수없는 날이 오늘이군요! 회사에 지각을 해서 중요한 회의에 참석을 못해 잘리고 말았지요, 집에 오려는데 회사 근처에 세워 둔 내 차를 누군가가 훔쳐 갔어요.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탔는데, 지갑을 내려 놓고 왔지 뭐요! 그러나 그건 약과였어요, 집에 갔더니 마누라가 어떤 놈팽이와 함께 누워있지 뭡니까? 그래서 이 술집으로 왔어요, 자살을 하려고 술에 독약을 탔는데 그걸 당신이 마셔 버렸으니…. 엉엉, 난 왜 이렇게 재수가 없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