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흔들리는 그라운드 포청천
기사입력 1999년 04월 21일 13시 44분
야구규칙 제1조 1항에는 `야구의 정의'가 있다.
야구는 펜스로 둘러싸인 경기장에서 감독이 지휘하는 9명（지명타자제의 경우 10명）의 선수로 구성된 두팀이 한명 이상의 심판원의 주재아래 규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기다.
선수와 심판은 경기의 주체. 한데 요즘 국내프로야구는 심판판정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 김찬익심판위원장은 21일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고 지난 18일 잠실 LG－한화전서 오심을 한 허 운심판원에게 30만원, 오석환주심에게 10만원의 벌금을 내게했다.
이에 앞서 김위원장은 지난 20일 KBO 박용오총재를 찾아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문제의 오심은 한화가 4－2로 앞선 4회말 무사 1,2루서 LG 신국환의 3루땅볼때 한화 3루수 강석천이 2루주자 김상호를 정확히 태그했으나 허 운 3루심이 `공 따로 글러브 따로'였다며 세이프를 선언한 것.
경기는 뒤집어진채 끝났고 한화는 4연패.
심판이 오심을 할수도 있지만 정작 정작 중요한 것은 하나의 실수가 또다른 실수를 만들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판정번복의 시간적 여유를 권위로서 차버리고 끝내 정도를 외면했다.
KBO는 작년 6명의 심판을 내보내고 6명의 인턴심판을 채용했다.
다음주부터 2군리그에서 수업을 쌓게될 인턴심판들이 제대로 된 판정을 하려면 최소 몇년은 걸린다.
파행적인 심판운영을 KBO가 자초한 꼴이 됐다.
또 작년부터 KBO의 심판감축 등 구조조정을 독려했던 8개구단은 자신들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화를 피할수 없게 됐다.
이번 사건은 팔짱만 낀 KBO,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구단, 의무보다는 권위만을 주장하는 심판이 만든 한국프로야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박재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