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형사에겐‥'] 프랑스 코미디의 진수 보여줘
기사입력 1999년 04월 20일 14시 57분
사람을 웃기는 게 울리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그래서 이 재능은 타고나지 않으면 웬만한 노력으로도 얻질 못한다.
영화의 여러 장르중 코미디를 가장 어려운 장르로 여기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웃음 코드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해야 할 것인지, 관객의 머리 위에 있지 않으면 유치하기 짝이 없어진다.
코미디 감각은 할리우드보다 프랑스가 한 수 위다. 엄청난 물량을 쏟아붓진 않아도 웃음에 관한 한 프랑스영화의 품격과 아이디어를 따라갈 영화는 흔치 않다.
24일 개봉(시네코아극장)되는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원제 `Serial Lover')는 오랫만에 프랑스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화다.
4명의 애인을 둔 여류추리작가 끌레가 그중에서 한 남자를 선택하겠다는 결심으로 생일파티에 이들을 초청한다.
끌레의 아파트에 하나둘씩 모여들어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 4명의 애인들. 마치 가열되기를 기다렸다는 듯 이들 등장인물들은 빠른 템포로 `사고'를 치기 시작한다. 아주 우연히.
부엌에 있는 끌레를 끌어안으려다 식칼에 찔려 죽은 남자, 시체를 치우는 끌레를 찾아다니다 선반에서 떨어진 스케이트날과 볼링공에 머리를 박혀 죽은 남자, 실망한 나머지 안정제를 과다복용해 자살하는 남자 등.
단편영화 2편밖에 만들어보지 않은 제임스 허스 감독은 대담하게 영화의 대부분을 이 아파트 안에서 찍어댔다.
우아했던 끌레의 아파트는 순식간에 모든 집기들이 살인도구로 둔갑하고, 끌레는 살인파티의 주인이 된다. 음악도 `온리 유'에서 웨스턴무비의 `빠라빠라밤∼'까지 코믹상황을 배가시키는데 일조한다.
아파트지역에 출몰하는 무장강도, 이들을 잡기 위해 끌레의 아파트를 수시로 탐문하는 근엄한 표정의 형사도 개그적이다. 뮤직박스 안에 숨어있던 무장강도들이 뮤직박스대신 `온리 유'를 부를 때는 아예 자지러지고 만다.
기발한 착상과 아이디어를 도배한 시나리오를 직접 쓴 `제임스 허스 감독의 발견'이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