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아! 골든골...49분간 필사의 방어 무기로
기사입력 1999년 04월 19일 14시 02분
전남과 알이티하드(사우디)간의 제9회 아시안컵위너스컵 결승전이 벌어진 18일 오후 도교 국립경기장.
한편의 희극이 연출됐다.
주연은 전남의 수비수 주영호(24), 조연은 알이티하드 공격수들.
전남 이회택감독은 전반 3분 GK 박종문이 상대 공격수와 충돌, 오른쪽 무릎부상을 당해 실려나간데 이어 대체 요원 박철우마저 후반 9분 오른쪽 발목을 다쳐 더 이상 뛸 수 없게되자 스토퍼로 선발 출전한 주영호를 골문에 세웠다.
GK 경력이 전무한 프로 2년생 주영호가 골문을 지키게 된 것은 수비수인데다 1m85의 장신이라는 것이 그 이유.
알이티하드 공격수들은 이후 조롱이라도 하듯 어느 위치에서건 슈팅을 날려댔다.
이때부터 3천여 일본 관중들의 관심은 온통 주영호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렸고－.
후반 22분 알이티하드 바자의 강력한 슈팅을 용케도 막아내 박수갈채를 받았던 주영호는 그러나 38분 밑천을 드러내고 말았다.
알이티하드 하사위가 땅볼슛하는 순간 미처 방향을 예측하지 못해 손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골을 허용한 것. 2－2.
관중들은 이후 주영호의 어색한 동작이 나올 때마다 희극을 보듯 재미있어 했고, 주영호는 연장 전반 13분 상대 스트라이커 바자에게 골든골을 허용해 전남은 2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한 일본 관중은 말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주영호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도쿄＝송진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