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 '우리도 위장술의 명수랍니다'
기사입력 1999년 04월 18일 14시 45분
영화 `쉬리'의 흥행 대성공에 힘입어 수족관을 찾는 입장객들이 늘어나면서, 위장술이 강한 물고기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63수족관의 경우 가짜 눈을 하나 더 가지고 있는 돛쥐치, 여우고기, 미인쥐돔, 안개고기 등 산호초 주변에서 식하는 나비고기류들이 단연 인기다.
돛쥐치는 꼬리 지느러미 바로 앞에 검푸런 점이 있다. 물고기를 잘 모르는 입장객들은 생식기가 아닐까 오해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위장 눈'이라고 수족관 조련사들은 설명한다.
물고기들은 텃세가 워낙 강해 자기 영역 안에 다른 물고기들이 침입하면 엄청난 공격을 퍼붓는다.
공격 목표 1순위는 상대방의 눈이기 때문에, 나비고기류 물고기들에겐 진짜 눈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가짜 눈이 생긴 것이다.
`가짜 눈'이 없는 물고기들은 수족관으로 새로 이사와 며칠만에 `고참' 물고기들의 공격을 받아 진짜 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족관의 조련사들은 가짜 눈이 없는 물고기를 새로 들여올 때마다 `텃세'에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엄청난 신경을 쓴다.
`고참' 물고기들이 덤비지 못하도록 막대기로 휘젓는가 하면, 수조의 조명을 켜지 않기도 하며, 먹이를 당분간 많이 줘 새로온 물고기들에 대한 관심을 꺼버리도록 하는 것이다.
63수족관의 조련팀장인 김학렬씨는 "물고기들도 혹독한 전입 신고식을 치른다"면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독특한 위장술을 지니고 있는 것은 인간이나 물고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나성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