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생애 첫 외야수비에 잦은실책 '괴롭다'
기사입력 1999년 04월 16일 14시 29분
삼성 김기태（30）가 괴롭다.
그라운드에 서면 잠자는데 따로, 밥먹는데 따로인 것처럼 갈피를 못잡는다.
팔자에 없는 좌익수 수비.
김기태는 광주일고 1학년 때부터 한번도 1루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쌍방울에서 이적한 뒤 붙박이 자리를 내줬다.
이승엽, 외국인 타자 스미스와 포지션이 겹쳐 부득이 외야로 자리를 옮겼다.
겨우내 훈련을 했지만 막상 허허벌판 외야에 서면 언제나 생소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외야의 실책은 대부분 실점으로 이어져 괴로움이 심하기 마련.
김기태는 지난 14,15일 이틀동안 잠실에서 크게 고생했다.
두산과의 1차전이었던 14일 경기에서 3회말 1사 1, 2루 때 심정수의 타구를 잘 쫓아가고도 낙하지점을 못찾아 2루타로 만들어줬다.
15일에는 한술 더떠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5회말 2사 1,3루에서 두산 4번 김동주가 하늘 높이 띄운 평범한 플라이볼을 글러브도 대지 못한 채 옆으로 떨어뜨렸다.
5－2의 스코어가 순식간에 5－4로 좁혀졌고, 결국 이것이 9회말 역전패의 불씨였다.
"야간경기가 시작된 뒤에는 더 겁이 나요. 타구가 쏜살같이 날아오면 마음만 급해집니다."
김기태는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며 껄껄 웃지만 `수비불안이 타격부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하는 또다른 고민이 얼굴을 덮는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