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SC] 아내 위해 성형 수술하는 '남편 사랑'
기사입력 1999년 04월 14일 14시 51분
11년전 종합병원의 과장으로 있을 때 선천기형으로 말을 거의 듣지 못하는 초등학생 장애인을 수술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11년 뒤, 이번에는 그 동생이 코 수술을 하기 위해 찾아왔다.
이 동생은 말도 못하는 데다 전혀 듣지도 못하는 심한 장애인이었다.
어머니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이 아이가 전에 귀 수술 받은 큰애의 동생이에요. 얘가 요번에 대학에 들어갔어요. 예뻐서 수술해 주고 싶어요. 코가 휘어있고 낮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들의 너무나 맑은 표정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자식을 사랑하고 목숨보다 귀하게 생각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토록 실천하는 어머니는 보지 못했다.
장애를 극복한 그 학생의 정신과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하니 경건한 마음으로 수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휘어진 코 뼈를 부러뜨려 바로 잡고 연골 부분을 교정한 뒤 벌어진 코를 예쁘게 마무리했다.
치료가 끝나던 날, 그 학생의 아버지는 아내를 가르키며 "우리 집사람 눈 밑에 주름도 수술해 주세요"라고 말한 뒤 "저는 입술 밑의 흉터를 없애달라"고 주문했다.
아버지는 별로 눈에 띄지도 않는 흉터 수술을 수술하려는 이유가 궁금해 단 둘이 치료실에 남았을 때 물었다.
"완전치 못한 아이를 둘이나 키우느라 집사람이 고생 많이 했지요. 그래서 주름 수술을 시켜주고 싶은데 혼자하라면 하겠어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하니까요."
사업을 하면서 장애인 아이 둘을 훌륭하게 키우고, 또 아내를 배려하는 마음을 생각하니 나에게는 그 분이 `마하트마' 성인(聖人)이었다. [진세훈 성형외과 원장 (02)566-6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