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군] 쑥스러운 1295일만의 승리
기사입력 1999년 04월 11일 14시 20분
"아니, 어떻게 하다 그렇게 됐어요."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가장의 승리소식에 온 집안이 야단법석이다.
지난 10일 대전 두산전에서 3년 6개월만에 승리투수가 된 이상군 선수겸 코치（37）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식구들에게 축하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난 95년 9월23일 잠실 OB전（현 두산）이후 정확히 1295일만.
5회말에 등판, 2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고는 관중들의 기립박수속에 주장 한용덕으로부터 꽃다발까지 받았다.
그렇다면 정작 본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선발 （이）상목이에게 미안하더라구요. 줄을 잘 서서 승리를 빼앗은 것 같아서…."
이상목이 5회말 역전위기에 몰려 구원에 나섰지만 코치신분이라 선수가 우선인건 어쩔수 없나 보다.
자신의 기쁨보다 후배의 승리를 가로챈게 아닌가 하는 미안함. 그래서 걱정이 앞선단다.
통산 100승에 5승이 남았는데 그걸 다하자니 후배들에게 미안할것 같고, 하지만 욕심은 난다는 게 이코치의 고백이다.
이에 대해 계형철투수코치는 "열심히 하는 데 기록을 남길 기회를 줘야지요"라고 말한다.
과연 이코치는 앞으로 몇번이나 후배들에게 미안할 수 있을까.
[신보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