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동물의 왕국에도 존재하는'집단 따돌림'
기사입력 1999년 04월 09일 14시 32분
동물의 왕국에도 `왕따'가 있다.
사계절 중 세력 다툼이 가장 치열해지고, 짝짓기가 왕성한 봄철에는 특히 `왕따'가 늘고 있기 때문에 동물원마다 `왕따' 특별 보호령이 떨어졌다.
서울 63수족관의 자카스 펭귄들은 요즘 치열한 `몸싸움'으로 하루를 보낸다. 한창 발정기에 들어선데다, 알을 낳기 위해 둥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카스 펭귄은 모두 7쌍인데, 수조 안의 둥지는 5개 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털갈이를 위해 한두달 집을 비운 펭귄까지 돌아와 집이 절대 부족한 터라 `노숙 펭귄'까지 생겨났다.
노숙파와 둥지파끼리의 몸싸움은 살벌하기로 소문나 있다. 특히 숫놈들끼리 싸울 때는 `피를 볼 때까지' 잔혹하게 물어뜯어, 조련사들이 말리지 않으면 사망 사고까지 일어난다.
이처럼 이판사판의 싸움에 진 펭귄은 당연히 우리에서 내쫓겨 `왕따'가 되는 것이다.
에버랜드의 가장 힘센 수컷 호랑이였던 `호식이'도 최근 `왕따' 신세로 전락했다.
쿠데타로 쫓겨난 `왕년의 주먹' 호걸과 리턴 매치를 벌여 전치 6주의 치명타를 입고 구석진 자리로 내몰린 것.
`간사한 마음'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그토록 따르던 암컷 호랑이들도 이제는 더이상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어, 호식이는 혼자서 `춘정'을 달래야 한다.
지난해 9월에 태어난 에버랜드의 새끼 펭귄 `펭우'도 동료들 사이에서 `왕따' 취급을 받는다.
엄마 펭귄은 죽었고, 아빠 펭귄은 바람이 나서 가정을 버렸기 때문에 `펭우'는 오갈데 없는 `결손가정'의 외톨이가 된 것이다.
기죽은 펭우는 사육사들이 던져주는 먹이도 다른 친구들에게 모두 빼앗겨 보기가 애처로울 정도다.
[나성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