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일기] 나이지리아식 여객기 운항법
기사입력 1999년 04월 08일 14시 17분
1억1천만명이 사는 나이지리아는 면적이 923,768㎢로, 한반도의 4.2배다.
땅덩어리가 넓다보니 좀 멀다 싶은 곳은 자동차로 하루를 꼬박 달려야 한다.
게다가 도로사정이 나빠 나서면 고생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10달러（95년）에 불과한 나라인 데도 항공이 비교적 발달해 있는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다.
한데 비행기 한 번 타는 게 그리 간단치가 않다.
우선 운항시간이 부정확하다.
뜨면 뜨고, 안 뜨면 그만이다.
몇 시간 지연은 기본.
공항 직원에게 "내일 비행기가 몇 시에 뜨느냐"고 물으면 `소 닭 보듯' 한다.
묻는 사람이 되레 이상한 것이다.
예약제도도 유명무실하다.
예약을 믿었다가는 일 그르치기 십상이다.
예약이고, 선약이고 간에 돈 가져가서 먼저 표 사는 사람이 임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주로 현지사정에 어두운 외국인들이 당한다.
항의하는 손님에 대한 항공사 직원의 대답이 걸작이다.
"THIS IS NIGERIA. （여기는 나이지리아다.）"
표를 구해도 문제다.
오전 9시 비행기가 오후 4시에 뜨기 예사고, 아예 안 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모르긴 해도 손님이 웬만큼 차야 이륙하는 모양이다.
며칠전 라고스에서 이곳 에누구로 올 때 비행기값으로 6천나이라（NAIRA．약 7만8천원）를 지불했다.
원래 5천나이란데 세계청소년축구대회를 열면서 1천나이라 올랐다고 한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국가경제를 일으켜 세우려고 작정을 했는지 모든 게 `바가지'다.
라고스 국내선 터미널에서 비행기에 오를 때 기자는 깜짝 놀랐다.
비행기 동체에서 이상한 액체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흥건히 고이고 있었다.
탑승권을 확인하는 승무원에게 "저게 뭐냐"고 묻자 "기름이 새는 것"이라고 했다.
담뱃불 하나면 모든 게 끝장 아닌가.
`여기서 죽으면 저승을 흑인들하고 같이 가야하나, 따로 가야하나?'
해괴한 걱정을 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다행히 기름통은 괜찮았다.
불안과 공포속에 한참을 보내고 나니 에누구에 도착했다.
일꾼들이 승객들의 짐을 비행기에서 내려 리어카에 실어 왔다.
물표를 가지고 짐을 찾으러 가니 대합실 벽에 `시골 초등학교 칠판'이 걸려있었다.
거기엔 분필로 이렇게 씌어 있었다.
`LAGOS-ENUGU DELAY'
그 아래 적어놓은 몇몇 노선에도 `DELAY'（지연）가 빠짐없이 인삿말처럼 붙어 있었다.
[에누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