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북한소주 맛 보러 오시라요'
기사입력 1999년 04월 05일 14시 24분
`북한 소주 맛 한번 보시라요'
온갖 종류의 북한 소주를 파는 이색 주점이 대학가에 등장, 학생들의 큰 호응속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산 소주 대신 북한에서 수입한 소주를 내놓는 이적성（?）술집은 중앙대 입구에 위치한 `환장할 청춘아!'.
가게 이름부터 튀는 이곳에서는 `평양소주' `개성소주' `대동강소주' `금강산소주' `부벽루' 등 모두 7종의 북한 소주를 맛볼 수 있다.
대부분 수입 주류의 가격은 엄청 비싸다.
그러나 북한 소주 값은 한병에 2500원.
그린, 진로 등 국산 소주와 차이가 없다.
가격이 비슷하다보니 `이왕'이면 북한 소주를 찾는 학생들이 많다는게 주인 배문철씨（31）의 설명.
생소한 병 모양이나 삐라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상표 등이 이색적이어서 호기심 많은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환장할…'의 북한 소주 고객은 대학생들뿐만이 아니다.
소문을 듣고 인근 여의도 증권가나 용산전자상가에서 `넥타이 부대'가 원정을 오곤 한다.
북한 소주가 이처럼 서울 한복판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비결은 호기심도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청정 이미지'.
김영민씨（31·회사원）는 "술맛은 역시 물맛이고, 우리보다 산업화가 덜 된 북한의 깨끗한 물로 만든 술이 역시 좋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실제로 북한의 신덕 샘물은 세계 3대 광천수중 하나로 꼽힐만큼 이미 정평이 나있다.
또 비록 정제기술이 떨어지긴해도 인공감미를 첨가하지 않은 자연스런 맛이 신세대의 깔끔한 입맛에 안성맞춤이다.
30대는 한 고객은 "병 모양과 상표에서 묘한 향수를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금강산 관광 등 북한 알기 바람까지 겹쳐 북한 소주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
친구들과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중앙대 이인괄군（광고홍보 4년）은 "북한 소주만 고집해 `운동권'으로 오해를 받을 지경이지만 맛이 그만이다"며 "통일 후에도 북한 소주만 마실 것"이라고 예찬론을 폈다.
[홍원기 명예기자 (중앙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