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정민철이 아내에게 바친 첫V
기사입력 1999년 04월 04일 15시 06분
"나, 해냈어."
"봤어, 축하해."
그리도 좋을까. 전화통을 붙들고 입을 다물줄 모른다.
한화 정민철（27）은 지난 3일 대구 삼성전에서 시즌 첫승을 올리고 숙소로 돌아오자 마자 호들갑을 떨었다.
92년 데뷔후 7년연속 두자리 승수에 작년까지 91승（54패）을 올린 투수치고는 너무나 오버 액션, 하지만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장가 잘갔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지난달 14일 결혼한 정민철은 개막전 선발을 통보받고 어느때보다 긴장했다.
컨디션이 엉망인데다 패하면 새댁（김경아）이 너무 실망할까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던지는 거 보러 대전에서 대구로 내려가겠다는 아내에게 "TV중계하니까 올 필요없어"라고 말린 것도 다 남편의 배려였다.
"졌으면 와이프가 대전으로 돌아가는 길이 얼마나 멀고 서럽겠어요"라는 정민철의 말.
그런 자상한 남편이 아내에게 바치는 자랑스런 첫 승을 했으니….
처가 말뚝에 이미 몇번이고 절을 했던 정민철은 장인 장모에게도 보고전화를 해 "너무나 자랑스러우이, 사위"라는 칭찬을 받았다고 어깨를 으쓱거린다.
대구에서 첫승의 하루밤을 지낸 정민철은 다음날 해가 뜨자마자 대전행 기차를 탔다.
물론 "오면 해달라는 거 다해줄께"라며 기다리는 아내 때문이다.
[신보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