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봄맞은 경주마들 '낮잠백태'
기사입력 1999년 04월 02일 15시 21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낮잠을 즐기는 말들이 늘고 있다.
몸이 나른해진 가운데 고된 훈련을 받고 경주에 출전하느라 지친 나머지 곯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11시 사이. 새벽 4시에 기상, 훈련을 한뒤 꿀맛같은 아침식사를 하고 난 직후이다.
전엔 이 시간이면 음악이나 들으며 휴식을 취했지만 요즘은 새벽 훈련에서 비지땀을 쏟은 탓에 엄습해오는 졸음을 참지 못한다.
이들이 자는 모습은 서서 자는 말, 누워서 자는 말, 엎드려 자는 말 등 천태만상이다.
말은 사람처럼 계속 자는게 아니라 적의 침범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자는 버릇이 있다.
경주마들은 대부분 개처럼 네다리를 구부리고 엎드려 코를 바닥에 처박고 자지만 젊고 건강한 말들은 서서 잔다.
작년 호주자키클럽 트로피 경주 우승마 `강타'는 낮잠은 물론 밤잠도 누워 자는 법이 없다.
반면 `소아'나 `노약자'들은 피로를 이기지 못해 모로 누워 곯아떨어진다.
경마장에 들어온지 얼마안되는 말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중노동'을 하는 탓에 누워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잔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말들도 누워 잔다.
김점오 조교사는 "말도 사람처럼 지치면 자게 돼 있다"며 "경주에 출전하고 돌아온 말 가운데엔 혹시 죽은게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로 사지를 축 늘어뜨리고 자는 놈도 있다"고 말했다.
경주마들 가운데엔 자면서 이를 갈거나 `푸르릉' 소리를 내며 코를 고는 놈도 더러 있다.
작년에 은퇴한 `달빛'은 코를 얼마나 우렁차게 곯던지 다른 말들의 잠을 깨우기로 유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