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주연보다 화려한 조연 '마음 비우니 OK'
기사입력 1999년 03월 31일 14시 35분
농구명가 현대의 `보도（寶刀）'임을 자처하는 이상민（27）.
그는 30일 하루동안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나래와 벌인 플레이오프 2회전 첫판.
초반부터 나래 신기성이 강하게 나왔다.
백코트에서부터 그림자처럼 착 달라붙더니 도무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심한 몸싸움을 걸어와 슈팅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2쿼터 종료 3분35초를 남긴 상황에서 벌써 파울이 3개.
스코어도 34－47로 밀렸고 그가 5반칙으로 물러나기라도 하면 자칫 승부를 그르칠 수 있는 위기였다.
플레이오프같은 단기전에서 1차전을, 그것도 홈경기서 진다면 상대에게 7부능선을 내준거나 마찬가지.
위기의식 때문이었을까. 후반들어 이상민의 플레이는 사뭇 달라졌다.
전반에 보였던 공격적인 돌파보다는 하이포스트에 주로 머물며 어시스트에 주력했다. 완벽한 속공찬스가 아니면 직접 해결하려는 욕심도 접었다.
3쿼터 중반쯤 4반칙에 걸린 이상민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
하지만 그가 포인트가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자 꼬였던 현대의 실타래는 풀리기 시작했다.
이상민의 도움을 받은 조성원 추승균의 잇따른 외곽포와 맥도웰 존스의 골밑돌파가 연달아 적중했고 승부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이날 이상민이 남긴 9득점 10어시스트란 기록이 말해주듯 그의 플레이는 철저한 `조연'.
현대 신선우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길이 막히면 돌아가야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상민이 깨우친 것 같아 흡족하다"고 말했다.
강동희（기아）와 함께 당대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꼽히면서도 위기관리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들었던 이상민으로선 쓰지만 약이 됐던 한판이었다.
[류성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