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윌리엄스 자매 '언니만한 동생은 없었다'
기사입력 1999년 03월 29일 13시 54분
윌리엄스 대 윌리엄스.
언니와 동생이 벌인 지상 최대의 `윌리엄스 쇼'는 언니의 승리로 끝났다.
29일 미국 키비스케인에서 벌어진 99립튼챔피언십테니스대회 결승에서 비너스（18）는 동생 세레나 윌리엄스（17）를 2대1（6-1 4-6 6-4）로 물리치고 2연패에 성공했다.
누가 이겨도 좋은 가족 잔치.
그러나 평소 "코트 안에서만큼은 라이벌"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듯 이들은 시종일관 미소 한번 짓지 않고 진지한 자세로 경기에 임했다.
세레나의 볼이 라인 밖으로 넘어가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비너스는 펄쩍 뛰며 좋아하는 대신 천천히 네트로 걸어가 동생과 하이파이브를 교환한 뒤 다정히 어깨동무를 하며 코트 밖으로 걸어 나왔다.
"게임은 게임이다. 끝나면 우리는 집으로 가 함께 생활할 것이다. 함께 결승전에서 맞붙는 일은 당장 다음주에라도 또 있을 것이다."
세계랭킹 6위의 비너스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26만5천달러를 받았다.
세레나는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세계랭킹이 16위에서 11위로 5계단이나 뛰어 올랐으며 상금도 13만2천달러나 챙겼다.
그러나 언니가 이겼건 동생이 이겼건 엄연한 `윌리엄스의 승리'였다.
이날 딸들의 경기를 지켜본 아버지 리처드는 흐르는 눈물을 참기 위해 여러차례 관중석을 떴다.
랠리가 오갈 때마다 코흘리개 딸들에게 라켓을 쥐어주며 스매싱을 가르쳤던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리라.
WTA 투어 기록상 결승에서의 자매 대결은 지난 1884년 윔블던테니스대회에서 마우드 와트슨이 언니 릴리앙을 물리치고 우승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이 대회 승리로 비너스의 세레나에 대한 WTA 투어 전적은 3대0이 됐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