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성] (13)의자왕은 정력식품 애호가
기사입력 1999년 03월 28일 15시 11분
지령 3천호다.
3천이란 수자가 전래의 고사나 야사 속에서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단연 `의자왕과 3천 궁녀' 이야기다.
지금도 부여의 낙화암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관광객들은 으레 나당 연합군에게 대패한 뒤 3천 궁녀와 함께 몸을 강물에 던진 의자왕의 슬픈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왕이 된 뒤 그는 부국강병의 의지를 보이며 나라를 키우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의자왕은 사치와 놀이를 즐기기 시작했다. 궁궐 남쪽에 화려한 정자를 지어 궁녀들과 놀았다.
후손으로 본 왕자들만 41명.
궁녀들의 품을 옮겨다니며 음주가무를 즐기던 의자왕은 백성의 신임을 잃기 시작했다. 정자에서 들려오는 풍악 소리는 망국의 전주였다.
재위 19년째부터 나라에는 해괴한 일이 연이어 생기기 시작했다.
여우떼가 궁궐로 몰려 들어왔다. 사비수(백마강)에는 사람 키의 세 배가 넘는 큰 물고기가 배를 뒤집은채 떠올랐다. 거녀(巨女)의 시체가 바다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밤이 되면 대궐 북쪽에서 귀신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망국의 징조라고 수군댔지만 의자왕의 주색잡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마침내 나당 연합군의 대공세가 시작되고 백제는 멸망의 길로 치닫는다.
그리하여 야사는 의자왕이 3천 궁녀와 함께 강물에 몸을 던졌다고 후세에 전한다.
그러나 옛 이야기는 사실(史實)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우선 3천 궁녀는 궁녀들이 아니라 백성들이었다는 주장이다. 후일 백제 유민들이 왕을 원망하여 3천 궁녀 투신설로 각색했다는 추측이다. 또하나 의자왕은 투신한게 아니라 당나라에 인질로 잡혀갔다는 설도 있다.
그렇다면 의자왕과 3천 궁녀의 이야기는 정말 야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자왕이 여색을 탐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3천 궁녀가 아니라 30 궁녀라도 상대하기 힘들었을테니.
그래서일까. 야사는 또 이렇게 사족을 붙이고 있다. 의자왕은 정력식품 애호가였다고.
의자왕이 즐긴 정력식품은 참새와 참새알이었다.
그러나 아무 참새나 잡아먹은 것은 아니다. 초겨울, 벼가 누렇게 익은 황금들판의 통통하게 살찐 메뚜기를 잡아먹은 참새만 먹었다.
의자왕은 참새와 참새알을 죽으로 만들어 먹은 뒤 궁녀들을 찾았다.
요즘도 호사가들은 다진 참새고기와 불린 햅쌀로 만든 참새죽을 즐기곤 한다.
[글=이승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