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ML산책] 노모는 왜 몰락했는가
기사입력 1999년 03월 26일 13시 58분
`일본의 영웅' 노모 히데오（31）가 사실상 방출됐다는 소식은 그의 성공과 추락을 곁에서 지켜본 기자에게 묘한 감정을 일게한다.
지난 95년 LA다저스에 수입된 노모는 독특한 투구폼으로 `토네이도（돌개바람）'라는 별명과 함께 가히 돌풍을 일으켰었다.
첫해 신인왕에 이어 96년에는 콜로라도 록키스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고, 97년에도 박찬호와 더불어 14승으로 팀내 다승 공동 1위였다.
그러나 97년 시즌이 끝나고 팔꿈치 수술을 한뒤 나타난 노모는 전혀 다른 투수였다.
직구 구속도 떨어졌고, 특기인 포크볼의 예리함도 훨씬 무뎌져 있었다.
결국 98시즌 중반 뉴욕메츠로 전격 트레이드됐고, 6승12패란 부진을 보였다.
올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도 13이닝 동안 16안타를 맞고 자책점 11점, 삼진과 4구 각각 10개를 기록하며 무승 2패에 방어율 7.62로 부진하자 메츠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 25일（한국시간） 마이너리그행 통고를 받은 노모는 72시간 안에 마이너리그를 택하든지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든지 양자 택일을 해야만하는데 결국은 무조건 방출인 셈이다.
4년여만에 최정상에서 밑바닥까지 떨어진 노모의 몰락은 부상과 변신의 노력 부족으로 인한 것이다.
지나치게 상체를 비틀고 팔꿈치에 무리가 가는 포크볼을 주무기로 삼은 것이 결국 부상의 빌미를 제공했다.
커브나 체인지업 등 다른 구질을 개발해야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직 직구와 포크볼만 고집했던 노모는 팔꿈치 수술후 직구구속이 3∼4㎞ 떨어지고 포크볼의 컨트롤도 난조를 보이자 타자들은 포크볼을 건드리지 않고 배팅볼 같은 직구만 두드려댔다.
실력만이 살아남는 프로의 세계에서 변신을 거부한 당연한 결과였다.
노모가 돌풍을 일으킬 당시 풋내기 신인이던 박찬호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정통파 투구폼으로 부상의 위험이 가장 적은 투수로 인정받았고, 포심과 투심 직구, 낙차 큰 커브와 파워 커브, 그리고 올시즌에는 체인지업까지 추가해 난공불락의 마운드를 구축하고 있다.
노모가 31세의 나이에 퇴출을 앞둔 반면 26세의 박찬호는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며 노모가 보유한 동양계 최다승인 16승 고지를 올시즌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발전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차이가 4년만에 박찬호와 노모의 자리를 바꿔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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