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호러마니아(3)
기사입력 1999년 03월 25일 14시 14분
청년은 비디오 테이프를 고르던 내게 갑자기 묻더군.
"아저씨도 공포영화를 좋아하세요?"
청년의 질문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대답을 했고, 청년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한가지 제안을 했지.
우린 공포영화의 원판을 공동 구입해서 보기 시작한 거야.
인터넷 주문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비디오 가게 주인의 도움으로 구할 수가 있었어. 돈은 좀 더 많이 들었지만 말이야.
우선 두개를 주문해서 한편씩 나누어 가지고 1주일간 마음껏 영화를 본 다음 교환해서 상대방 것을 보았지.
역시 원판은 장난이 아니더군. 출시판에서는 없는 장면이 수두룩하게 나오고 잘린 장면도 모두 다 나오더군.
역시 통쾌했어. 넘쳐흐르는 피, 생전 못 보던 내장들도 다 볼 수 있었고, 눈 코 입이 날아다니는 것이, 볼수록 내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었어.
또 청년과 나는 1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이런 저런 영화를 본 소감이나 새로 구입할 영화에 대해 그리고 가끔씩 서로 어떻게 사는 지도 얘기했지.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어.
정말 공포영화에 빠지다 보니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지기 시작하는 거야.
밀려오는 졸음을 쫓으며 구입하거나 빌린 영화들을 낮은 말할 것도 없고 밤을 새워서 보게 된 거지.
이건 누가 시켜서 그런 것도 아니고 자연발생적이랄까?
한순간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는 거야.
자… 저기 `환타즘'의 톨맨이 과연 사람을 살인공으로 죽일 것인가, 자신의 졸개들인 난쟁이들을 시켜서 찢어죽일 것인가, 아니면 그 자신의 괴력으로 목을 비틀어 죽일 것인가.
이런 것은 짐작할 수도 없고 또한 살인이란 순식간에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한순간이라도 놓치게 되면, 그 긴박감은 사라져 버리게 되거든.
그래서 난 한순간 놓치지 않기 위해 잠을 쫓아야 했어.
때로는 블랙 커피를 한번에 대여섯 잔을 마시거나 송곳으로 허벅지를 쿡쿡 찌르면서 말이야.
그보다 더 심한 문제는 잠을 자지 못한 데서부터 시작했어.
현실과 영화의 구분이 모호하게 연결되기 시작한 거지.
내가 실제로 손에 잔을 들고 물을 마시는 건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물을 마시는 건지 구분을 하기 힘들어지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영화 속의 주인공이 잠을 자는 신에서는 나도 잠들기 시작한 거야.
하지만 영화 속의 주인공은 몇 초만에 잠이 깨잖아.
영화 속에서의 시간은 빛보다도 더 빨리 지나가니까.
난 거의 불면증이 아니라 수면 불능에 걸려버린 거지.
그런데 왜 알면서도 그 영화에서 헤어나지 못했냐고?
왜냐면 그 섬뜩한 스릴과 긴장감 또 대리만족으로 느껴지는 주인공이나 살인마들의 엄청난 살상 신이나 파괴 신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겪었기 때문이지.
점점 더 난 그 영화라는 환상 속에 빠져들었어.[계속]
글·오종석(아이디:메탈티스)/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