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만화가 '고학력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사입력 1999년 03월 24일 15시 06분
'만화가 고학력시대'가 열리고 있다. 4년제 대학졸업자들이 부쩍 늘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젊은 작가들이다.
이들은 경력은 짧지만 개성있는 작품활동으로 만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스타작가도 나오고 있다.
만화가만 그런 게 아니다. 스토리작가, 만화잡지 기자들의 고학력화 현상도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만화평론가들의 경우엔 대부분을 차지한다.
고학력시대를 연 선두주자는 만화가 유시진, 천계영, 이정애, 문애라씨. 유씨는 서울대 서양사학과, 천씨는 이화여대 법대, 문씨는 수원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스토리작가 오은하씨는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기성작가 중 이두호, 박계동씨 정도만이 대학을 다닌 것과 비교해 보면 젊은 작가들의 고학력화가 확실히 눈에 띈다.
만화를 어둡고 곰팡내 나는 만화방에서 몰래 읽는, 저질문화로만 생각해 온 일부 기성세대로선 다소 뜻밖일 수도 있다. 만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만큼 달라졌다는 얘기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서 만화가가 21세기 유망직업 1위로 조사된 것과 맥을 같이하는 현상이다.
인기도 매우 높다. 특히 유시민, 천계영씨는 신세대들의 우상으로 자리잡았다. 유씨의 '쿨핫'과 '마니 ', 천씨의 '언플러그드보이' 등은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젊은 만화인들이 거의 만화와 관련없는 학과를 나온 것도 이채롭다. 독학으로 공부한 것도 기성 작가들과 구별된다. 대부분 여성인 것도 특이하다.
그러나 만화계 고학력화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작품의 질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한 만화잡지 편집장은 "기성 작가들은 대가 밑에서 도제식으로 교육받았기 때문에 정규대학에 진학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면서 "이들이 대형작가로 클 지, 반짝인기인 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여성작가들이 순정만화에 치우쳐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임정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