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뱀보다 더 무서운건?
기사입력 1999년 03월 19일 15시 17분
이보다 더 긴박한 상황이 또 있을까?
`아내의 처녀 시절. 때는 바야흐로 꽃 피고 새들 노래하는 따뜻한 봄 날. 산으로 놀러 간 아내는 일행들과 떨어져 그늘이 드리워진 나무 아래로 갔대. 제법 따가워진 봄 햇살을 잠시 가리기 위해서였다지.
앉아있던 잔디는 페르샤 양탄자보다 더 포근했고… 이윽고 새들의 반주에 불려지는 자신의 콧노래에 취해 스르르∼ 잠이 들었다는 거야.
그런데 잠시 후, 이상하게도 등 가운데가 약간 차갑기도 하면서 간질간질해지길래 사알짝 눈을 떴더니, 이게 웬일이야?!
등의 오른쪽으로 뱀의 머리가 보이고, 황급히 돌려 본 왼쪽으로는 뱀의 꼬리가 보이더라는 거야. 뱀은 적어도 50㎝는 넘는 살모사더래.
아, 아내의 심경이 어땠을까? 일어나자니 뱀이 자기 몸을 아무데나 마구 물 것 같고 그대로 누워있기도 사람 환장할 노릇이고….
그런데 풀섶 헤치는 인기척이 나더라는 거야.
아, 살았구나! 땅꾼이 와서 뱀을 잡아 날 구해주는 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웬걸, 세상 일이 자기 바라는대로만 되면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실패하고 억울한 일 당하는 사람 없게.
어떤 사람이 나타나긴 했는데 건장한 체격의 치한이더래.
음흉한 사내는 고혹적인(?) 포즈로 누워있는 아내의 위로 덮치려 하더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절(貞操) 아니겠어?!
아내는 뱀과 치한이 동시에 자신을 공격하는 설상가상의 상황에서 우선 사내의 면상을 향해 온 힘을 다 모아 주먹을 날렸다는 거야. 으라차 빠악∼! 사내가 나가 떨어졌냐구? 웬걸… 뒷 얘기는 이래'.
_아내 곁에서 자고 있던 내 눈두덩(저속한 표현으로 눈탱이)이는, 지금 밤탱이가 돼 이 이야길 쓰고 있다.
아, 덧없는 봄 꿈이여! 그런데 누가 인생을 일러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 했는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