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PO앞둔 나래 '우리의 적은 술'
기사입력 1999년 03월 16일 14시 30분
"우리의 적은 내부에 있었다."
원년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기아에 패해 준우승에 그친뒤 나래 최명룡 감독은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시 나래의 게임메이커였던 칼래이 해리스를 두고 한 말이다.
해리스는 지금까지 한국에 온 외국인 선수중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지만 `묻지마 플레이'로 코칭스태프의 애간장을 녹인 장본인.
"지금 우리의 적은 바로 술이다."
올시즌 플레이오프를 앞둔 나래의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다.
나래는 유난히 `두주불사파'가 많은 팀.
현역 선수 중 최고의 주당으로 통하는 허 재를 비롯, 정경호 김승기 신기성 등 농구계에서 내로라하는 `술꾼'들이 모두 모여있다.
수차례의 트레이드로 선수들이 대폭 바뀐 나래는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화합차원에서 술을 곁들인 회식이 잦았던 편이었다.
하지만 정규리그에 앞서 열린 농구대잔치서 의외의 부진을 보이면서 금주령이 떨어졌다.
최형길 사무국장은 매일 아침 원주 숙소로 전화를 걸어 선수들의 음주상태를 체크했을 정도.
이후 나래의 정규시즌은 상대팀과의 싸움이라기 보다는 `술과의 전쟁'이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금주를 규율로 삼았다.
플레잉코치인 허 재가 솔선수범했다.
숙소내 주류반입을 금지시킨 허 재는 지난 1월 "잠이 오지 않는다"며 캔맥주를 자기방에서 홀짝이던 중고참 정한신을 혼쭐내기도 했다.
나래 선수단이 소주잔을 기울이는 마지막 회식을 한 것이 지난해 11월초 정규리그 개막 직전.
허 재는 "우승 축하연 자리에서 트로피에 소주를 부어 후배들에게 돌리겠다"고 말한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