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남나리 신드롬'이 남긴 교훈
기사입력 1999년 03월 14일 15시 31분
`나리 신드롬, 그 이후…'
얼마전 은반의 요정 남나리가 한국을 떠났다.
빙상관계자들은 나리의 방문을 계기로 비인기종목인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가 싶어 흥분했다.
그러나 불과 1주일도 안 돼 이들의 흥분은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지난 11일부터 3일간 태릉선수촌 실내 아이스링크에서는 제41회 전국 남녀종별 피겨스케이팅대회가 열렸다. 이 기간동안 링크를 찾은 관중은 하루 평균 50여명.
그것도 모두 연맹 관계자와 선수가족들 뿐이었다.
한 경기관계자는 "이게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현실"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왜 미국적을 가진 나리한테만 후원금을 주는거죠? 정작 한국 대표들 중에도 힘든 선수들이 많은데…."
옆에 있던 코치가 말을 이었다.
"국내 선수들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나리의 경우 트리플 점프(공중 3바퀴 회전)까지 소화하지만 국내 여자선수 중에는 트리플 악셀(공중 3바퀴 반 회전)을 완벽하게 해 내는 선수도 있거든요".
이 코치에 따르면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되서 가장 좋은 건 아이스링크를 제약없이 사용할수 있다는 것이란다.
국내 선수들은 아이스링크를 빌려 마음껏 얼음 위를 누비기 위해 태극마크를 달려고 하는 셈이다.
"나리가 가고 난 뒤 비애감마저 들어요. 한 단체가 나리에게 주는 후원금(매달 2천달러)의 10분의 1만이라도 국내 유망선수에게 지원한다면 비약적인 발전을 할텐데…."
남나리 신드롬 그 이후, 정작 신이 나야 할 사람들은 풀이 죽어 있다.
[서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