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소설] 폴라립스 랩소디(11)
기사입력 1999년 03월 12일 15시 15분
식스는 팔 전체를 휘드르며 벼락처럼 지시를 내렸다.
"질풍,좌측으로! 페가서스, 우측으로! 합류를 방해하고 벌리 쫓아버려!흑기사는 전속 전진! 물수리와 바다사자는 감속 후 밀집 대형 형성! 할아버지 할머니는 노 세우고 포격 준비 후 대기!"
식스의 명령은 기수의 빠른 손놀림에 의해 다른 일곱 척의 배에 전달됐고,곧 드라마틱한 움직임이 펼쳐졌다.
나란히 달리던 배들이 마치 군무를 추는 것처럼 움직였다.
해적 함대의 최좌익을 맡고 있던 질풍호, 그리고 최우익을 맡고 있던 폐가서스호는 흩어지는 두 배를 따라 몸을 돌렸다.
중앙을 달리고 있던 기함 자유호와 흑기사호는 앞쪽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물수리호와 바다사자호는 자유호와 흑기사호가 빠져나간 자리로 들어오며 후위를 형성했다.
곧 가운데를 달리던 네척의 배가 한 덩어리가 되어 달리기 시작했다.
좌우익이 빠져나가고 본대의 네 척이 한곳으로 모이자 함열에는 빈 공간이 두곳 생겼다.
그 빈 공간 속으로 해적선 중 가장 큰 두척의 배가 천천히 흘러 들어왔다.
그랜드파더호와 그랜드머더호.
그랜드 파더호와 그랜드머더호는 빈공간을 이용해 거대한 선체를 천천히 회전시켰다.
지금까지의 진로와 직각으로 서게 된 그랜드파더호와 그랜드머더호는 선체 옆의 포문을 모
두 열었다.
쿠르르르! 레일 위로 대포가 움직이지 묵직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한 척의 배에 40문씩,
모두 80문의 대포가 치명적인 정확성으로 레보스호를 조준하기 시작했다.
레보스호의 마스트에 있던 감시자가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적함, 사격 태세!"
"뭐? 이 거리에서?"
엘리엇 선장은 재빨리 몸을 돌렸다.
수평선 위로 해적선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엘리엇 선정은 해적선 사이에서 옆 모습을 보이고 있는 두 척의 배를 알아볼 수 있었다.
터릿 갤리어스라 불리는 저 거대한 배들은 커다란 덩치 때문에 지독하게 느렸다.
대신 육상용 대포인 '강철의 레이디'를 실어 다른 배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장거리 사격을 장기로 삼는다.
바다 위의 포탑이라 불러야 할 그런 배들이 선체를 옆으로 돌린 채 레보스호를 조준하고 있었던 것이다.
"충격에 대비하라! 미친 레이디가 날아온다!"
엘리엇 선장은 '강철의 레이디'를 카밀카르 뱃사람 식으로 불렀다.
마치 그런 호칭에 대해 화를 내는 것처럼. 선장의 고함소리와 동시에 해적선단 쪽에서 수십개의 화염이 폭발했다.
쾅쾅쾅!
넓은 해원 전체가 진동했다.
터릿 갤리어스 두 척의 일제 사격에 비해보면 조금 전 레보스호의 사격은 차라리 애교로 느껴질 정도였다.
포탄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드럽은 해원 위로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포탄이 수면에 작렬하며 물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치솟아 오른 물기둥은 하늘을 찌를듯이 솟구쳐 올라 레보스호의 선상에 쏟아졌다.
엘리엇 선장은 선교난간을 붙잡고 늘어져서 간신히 볼품없이 쓰러지는 꼴을 면했다.
선 채로 고문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보라는 폭포처럼 쏟아져 숨을 막히게 했고, 전후좌우 사방에서 터지는 폭음은 고막을 찢어놓지 않았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흠뻑 젖은 데다가 폐가 끊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엘리엇 선장은 간절히 빌었다.
'제발, 빗나가라!'
해적들의 포술 실력은 조악하다.
그러나 80발이나 되는, 포탄 중 한 발도 맞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아무래도 현실성이 없다.
실제로 물기둥과 파도로 휘청거리고 있는 레보스호에 포탄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