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박경완은 쉬고 싶다
기사입력 1999년 03월 11일 14시 05분
아전인수（我田引水）란 말이 딱 어울린다.
선수 자신은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라 도저히 뛰기 힘들다는데 구단은 아직 괜찮으니 나가서 던지고 달리란다.
지난 97년 현대가 쌍방울에서 현금 9억원을 주고 사온 포수 박경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요즘 박경완을 놓고 벌이는 현대의 행태를 보면 과연 이 구단이 선수의 몸관리를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고 있는 팀인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박경완은 최근 고질적인 오른쪽 팔꿈치 부상 때문에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팔꿈치에서 떨어져 나간 뼈조각 2개가 신경을 건드리다 보니 공 하나 던질때마다 머리카락이 쭈뼛해질 정도다.
박경완은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수술을 결심했다.
한해 하고 그만둘 야구가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병원에서도 수술만이 선수생명을 이어갈 유일한 방법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묘한 것은 구단의 태도다.
작년에도 수술하지 않고 잘 했으니 올시즌도 버텨보라고 한다.
박경완은 "작년과 틀리다. 갈수록 통증이 심해진다. 이러다가 선수생명이 끝나는 것은 아닌지 마음마저 불안해진다"고 하소연하지만 구단은 괜한 엄살말라고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결국 구단의 강압에 눌린 박경완은 올시즌 뒤로 수술을 미뤘다.
팔꿈치가 떨어져 나갈 것 처럼 아프지만 하는 수 없이 공을 던진다.
현대는 올시즌이 끝나면 국가대표 출신의 동아대 포수 유인보를 받는다.
현대 김용휘단장은 "내년부턴 박경완에게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내놓고 얘기한다.
"이러다가 진짜 고장나면 그땐 어떡하죠?"
박경완이 분명히 알아야 될 사항이 있다.
구단은 철저한 `장사꾼'이며, 프로선수는 몸이 생명이라는 사실이다.
[김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