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성] 복분자의 유래
기사입력 1999년 03월 09일 15시 05분
한방에서 권하는 정력제 가운데 복분자(覆盆子)라는 게 있다.
동의보감을 공부한 사람들은 "이 약초를 먹으면 항아리(盆)를 뒤집는다(覆)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한다.
항아리를 요강으로 읽으면 거리의 `뱀장수 멘트'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일단 한번 잡숴봐, 서서 싸면 벽을 뚫고, 앉아 싸면 요강을 뒤집어' 운운하는.
민가에는 이런 옛얘기도 전해져 내려온다.
바보가 장가를 들었는데, 젊은 아내를 두고도 소 닭보듯 했다. 아내가 무당을 불러 어쩌면 좋으냐고 하소연했다.
무당은 바보의 몸 안에 독(毒)이 가득 차 있어 빼내야 한다며 엉뚱한 수작을 부렸다. 무당은 바보의 손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가더니 남근을 진찰하기 시작했다. 남근이 커지자 무당은 "독이 모이고 있다"고 반색하더니, 땀을 찔찔 빼며 과연 독 빼는 작업을 해댔다.
후줄근해진 바보가 "어떻게 독을 빼냈느냐"고 신기해하자 무당은 "몸 아래쪽에 독을 받아내는 작고 예쁜 항아리(盆)가 있다"면서 배시시 웃었다.
이런 얘기까지 있는 마당이고 보면, 복분자라는 이름은 정확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 복분자의 분(盆)이 뱀장수의 요강인지, 무당의 독빼는 항아리인지.
한의학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후자일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조상들이 멋부려 그렇게 이름지은 것을 요강 어쩌구 하면 운치가 없다는 얘기다.
동의보감은 `복분자는 남근을 강하게 하고 정액의 고갈과 허약을 치료하며, 간장을 보호하고 눈을 밝게 한다'고 적고 있다. 여자에게는 불임치료의 효과와 이뇨의 효과도 있다 한다.
이렇게 말하니 복분자가 대단한 보약이라도 되는 것 같은데, 사실은 그 흔한 산딸기를 말한다.
최근 충남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이 인삼의 사포닌 성분이 함유된 `인삼딸기'를 개발했다고 한다. `인삼딸기'는 당도가 높은데다, 단단하기까지 하여 농가소득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삼 복분자'가 나올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계속]
글=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