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야구클리닉] 두 재벌구단 색다른 전훈
기사입력 1999년 03월 03일 13시 39분
지난해 챔프 현대와 18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장을 낸 삼성.
필자는 플로리다에서 두팀의 훈련모습을 번갈아 보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둘 다 우승을 향해 의욕에 넘쳐있는 모습은 같았지만 차분한 분위기의 현대와 스토브리그 동안 대형 트레이드로 화제를 모은 삼성의 들뜬 캠프장 표정은 확연히 구별됐다.
먼저 현대는 올해도 막강한 마운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강세가 지속될 것이 확실해 보였다.
지난해보다 더욱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김수경, 제5 선발투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기를 쓰고 덤벼드는 임선동의 투구는 기존의 정명원 정민태 등과 함께 마운드에 있어선 올해도 최고임을 실감케 했다.
올시즌 현대에서 눈여겨볼 투수는 국가대표 출신의 신인 사이드암스로 박장희로 제구력은 합격이나 구위와 운영능력은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듯 싶었다.
굳이 현대의 아킬레스건을 꼽으라면 포수부문이 될것 같다.
최고 포수인 박경완의 팔꿈치 부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한두차례 골치를 썩힐 전망이다.
14년만에 우승을 노리는 삼성의 캠프장은 8개구단중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이다.
막대한 투자에 의한 전력보강이 과연 우승으로 이어질 것인지, 트레이드로 영입된 선수와 대구 토박이간의 `융화'가 과연 성공을 거둘 것인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위의 부정적인 우려는 `기우'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예전에 볼수 없었던 체계잡힌 팀 분위기가 도전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아직 타순과 수비위치가 확정되지 않을 만큼 변수가 많지만 구원투수에 비해 선발진이 문제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은 김상진 박동희 노장진 김진웅 등이 예상외로 안정감을 주고 있어 오히려 낙관적이다.
특히 김상진은 공끝이 살아있어 95년의 위력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선발 마운드가 예상외로 괜찮은 반면 삼성의 고민은 수비에 있다.
지난해 팀실책 79개로 최소를 기록했던 수비라인이 올해도 이어질지 의문이다.
주전 유격수 후보로 지목받고 있는 빌리 홀은 포구가 불안한데다 어깨도 약해 보여 1∼2점 승부에선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기간동안 어떻게 수비라인을 구성, 보완할지가 올시즌 농사를 가늠할 것이다.
따라서 현대가 안정된 전력을 가진 우승후보라면, 삼성은 경기를 치르면서 가닥을 잡고 힘을 모아가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승팀 현대의 여유와 반드시 우승을 해야겠다는 삼성의 투지는 머나먼 땅 미국 플로리다 하늘 아래에서도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본지 해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