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남성심벌'로 새천년재앙 쫓는다
기사입력 1999년 02월 26일 14시 03분
`밀레니엄 귀신 물렀거라!'
새천년에 우려되는 각종 재앙을 `남근（男根）의 힘'으로 막기위한 이색대회가 열린다.
강원도 삼척시가 죽서문화제가 열리는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개최하는 `남근깎기 대회.
한국 남성의 심볼을 누가 잘 깎느냐를 가리는 이번 대회엔 일반인 200여명, 전문가（2인1조） 20개팀이 참가신청을 내는등 열기가 뜨겁다.
특히 전문가팀에는 여성 2개팀이 포함돼 있어 이채를 띤다.
일반인은 길이 25㎝, 직경 7∼9㎝의 향나무로 소형 남근을 깎고, 전문가팀은 육송이나 미송으로 길이 3.6@, 직경 40∼50㎝의 대형 남근을 제작하게 돼 대회장인 봉황오십천 주변은 각종 `남성'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진풍경을 연출하게 된다.
홍익대 홍성도교수（조형미술） 등 8명의 심사위원이 `작품'을 가리는데, 일반인들은 사실적인 묘사, 전문가들은 풍자 등 예술적 형상화를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대회장에서는 남근열쇠고리 등 남근을 캐릭터한 각종 액서서리 상품도 판매된다.
삼척의 `남근깎기'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재앙을 막아준다는 원덕면 신남마을 해신당의 민속신앙이 뒷받침돼 있다.
이곳 마을주민들은 500여년전 바다에 빠져죽은 처녀의 원혼을 위로하기위해 마을 산에 제당을 짓고 매년 정월대보름때 남근을 5개이상 홀수로 깎아 새끼줄에 걸어 제를 올려 재앙을 막고 풍어를 빌고 있다.
`남근'이 모셔진 해신당에 참배하는 신혼부부나 젊은부부는 아들을 낳고, 아들이 없는 부부가 이곳 남근을 간직하면 아들을 갖는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이번 대회의 주요 관람자는 부녀자가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주최측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작년의 경우 150개의 소형남근중 회수된 것은 80여개에 불과할 정도로 `남근'쟁탈전이 치열했다. 때문에 주최측은 이번에는 모든 작품을 100％회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삼척시는 "국내 유일한 남근숭배 민속신앙을 관광상품화하기위해 매년 대회를 개최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의 입상작들은 삼척시가 해신당 뒷편에 조성할 계획인 `남근공원'에 조형물로 전시될 예정이다.
[삼척＝김순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