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공포의 실험실 : 교환(2)
기사입력 1999년 02월 10일 14시 34분
더욱이 그 부작용이 뉴스에서 종종 보도되었기 때문에 더욱 꺼려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리였다.
그녀의 다리는 그다지 크지 않은 키에 비교해도 보잘것 없었다.
어딘가 비정상적인 발달상태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소아마비를 앓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설마, 요즘 세상에?
하지만 그것은 분명했다. 단지 비쩍 마른 다리가 아니라 발육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았다.
과거 그녀가 어떤 질병, 혹은 어떤 사고에 노출되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것이 그녀의 한이었다. 그리고 내게도 그러했다.
그래서 나는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 분야의 연구를 말이다.
-2-한달 전
이 연구가 어느 정도 완성되어 갈 무렵, 나는 `재료'를 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처음에는 금방 죽은 시체를 사용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체는 사실상 흔치 않았다.
쭉 빠진 몸매를 가진 여자가 젊은 나이에 죽었다? 그게 어디 흔한 일인가?
왜 죽는단 말인가? 교통사고? 그렇다면 그 시체는 쓸 수가 없다.
사고로 죽은 여자를 어떻게 쓴단 말인가. 교통사고가 날 경우 그 후유증은 예측할 수 없다. 아무리 그 몸이 성하게 보여도 말이다.
하물며 사망에 이를 정도의 큰 사고를 당했다면, 절대 그 몸은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살?
그것도 말이 안 된다. 자살하는 여자가 어디 곱게 죽겠는가?
적어도 약물을 복용했거나, 아니면 투신 자살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은 목을 매어 자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것이 큰 문제이다.
그렇다.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내게 문제라는 것이다.
목을 매어 자살하는 여자가 없다는 사실이 말이다.
따라서 나는 멀쩡한 여자를 택해야 했다.
건강하고, 전혀 몸에 이상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적어도 내 `재료'가 될 여자는….
결국 방법은 하나 뿐이었다.
그것은 멀쩡한 여자의 몸을 사용하는 것이다.
멀쩡한 여자? 그런 여자를 어디서 구하느냐고? 누가 자기 몸을 주느냐고? 당연히 없겠지. 그러니까 내가 거리로 나선 것이 아닌가.
나는 몸매가 기가 막힌 여자를 납치하기로 계획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는 않았다.
부잣집에서 자란 내가, 어릴 때부터 나쁜 짓이라고는 전혀 해보지 않은 내가 사람을 납치한다는 것은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리에서 사냥감 하나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할 때면, 일을 저지르기도 전부터 내 마음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두 손이 심하게 떨렸다.
게다가 다리까지 떨려 페달을 밟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덕분에 한 번은 초저녁에 음주 운전자로 오인 받아 검문까지 당한 적이 있었다.
물론 나는 술을 입에 대지도 않기 때문에 무사히 통과했지만….
결국 나는 실패하고 말았다. 도저히 여자를 납치할 수가 없었다.
물론 납치가 아니라 유괴하는 방법도 있다.
흔히들 말하는 야타족처럼 쭉 빠진 여자를 골라 차에 태워 병원으로 데려오면 되는 것이다.
내가 코벳 스포츠카를 들이대면 타지 않는 여자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해내지 못했다.
온갖 상상과 우려들이 머리 속에 들어차 내 행동을 방해하고 있었다.
혹시 목격자가 있으면 어떻게 하나? 혹시 내 차 번호를 본 사람이 있으면? 아니, 내 차는 워낙 드문 차종이므로 그냥 보기만 해도 기억할 텐데….[계속]
글·박무정(아이디:MirSin)
/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