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귀공자 문경은과 잡초맨 주희정
기사입력 1999년 02월 04일 15시 00분
`귀공자'와 `잡초맨'은 똑같은 자극에도 반응하는 태도가 극과극이다.
수원 삼성의 문경은(28)과 주희정(22).
지금은 한솥밥을 먹으며 스몰포워드와 포인트가드로 손발을 맞추고 있지만 각자가 걸어온 길은 `고속도로'와 `비포장길'이다.
이충희-김현준의 대를 잇는 `대한민국 슈터'로 인정받으며 현대와 삼성의 치열한 스카우트 전쟁끝에 입단한 문경은은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해 실력과 인기에서 부러울게 없었다.
반면 할머니 밑에서 자란 주희정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고려대 2년을 자퇴한 뒤 나래에 입단, 초대 신인상을 타낸 `자수성가형' 스타.
삼성 사람들은 요즘 똑같이 허리 통증을 앓고 있는 둘의 상반된 반응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문경은은 지난 2일 SK전에서 상대의 거친 파울로 허리를 다친 뒤부터 미간을 잔뜩 찌푸린채 허리에 한손을 올리고 절뚝절뚝 걸어다닌다.
반면 주희정은 지난달 초부터 허리가 끊어질듯 아프지만 행여나 쉬라고 할까 두려워 인상 한번 쓰지 않고 출전을 강행하고 있다.
그런 주희정이 3일 훈련을 끝내고 비틀비틀 숙소로 돌아가는 문경은의 뒷통수에 대고 "형, 이제 똑바로 좀 걸어"하고 한마디 툭 던졌다.
여섯살이나 어린 새까만 후배의 핀잔에 문경은은 뜨끔한 표정으로 아무 말 못했고 옆에 있던 전창진 수비코치는 입을 가리고 쿡쿡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다른 사람도 아닌 희정이가 그랬으니 경은이도 할 말 없죠"라는 전코치의 말이다.
[박진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