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참사랑(2)
기사입력 1999년 01월 22일 14시 16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얘기해. 내가 사 가지고 올 테니까. 알았지?"
그는 역시 고개를 끄덕거림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민섭은 자기가 느끼는 배고픔 마저 사치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가끔 하늘을 원망해 보기도 했지만 하늘은 아무런 대답을 주지 않았다.
가끔은 시간이 너무나 무정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조금만 천천히 가 주었으면 좋겠는데, 시간은 그런 것들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날 저녁 뉴스의 타이틀 역시 그 연쇄 살인에 대해 나오고 있었다.
"며칠째 계속되는 연쇄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지목되었습니다. 검찰은 용의자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
`완전 범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다. 다 똑같은 인간이다. 누가 더 잘나고 누가 더 못나고, 그런 건 없다.'
병실이 고요해졌다.
적막함을 달래려 틀어놓았던 TV를 그녀가 꺼버린 것이었다.
그는 적막함을 싫어했다.
그에게 적막함이란 죽음과 가까와 지고 있음을 제일 빠르고 가깝게 느끼게 해 주는 것 같아서, 그는 너무나 싫어했다.
그는 그녀에게 짜증을 냈다.
그런 그녀는 그 이유를 알고 있는듯 곧 음악을 틀어주었다.
며칠이 지났다.
병실에 처음 보는 사람들이 들어와 그의 곁에만 있던 그녀를 데리고 갔다.
깔끔한 정장을 차려 입은 그들. 그들은 모두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그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궁금하긴 했지만 그에겐 이제 제대로 숨을 쉴 힘 조차 없었다.
그녀는 금방 오겠다며 말하고는 그들을 따라 나갔다.
그러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
"정신이 드십니까? 어떻습니까, 새 생명을 얻으신 기분이…."
수술은 대성공이라 했다.
민섭은 정신을 차리고 자기 가슴 속에서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새로 태어난 것이었다. 민섭은 여태껏 이런 기쁨을 느껴보지 못했다.
민섭은 기쁨을 그녀와 함께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녀는 없었다. 어디에도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는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가슴 속에 건강하게 뛰면서 그의 몸 구석 구석에 피를 운반해주는그 심장의 주인은…?
다름 아닌 바로 그녀인 것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심장을 이식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그것은 살인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정당화 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아파하는 그를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언제 나올 지도 모르는 심장을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더더욱 없었다.
결국 그녀는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다.
한동안 뉴스의 타이틀을 장식했던 그 연쇄 살인범이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그녀는 사형을 언도받았고, 사형 집행 전에 유언으로 그에게 자신의 심장을 기증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그녀의 가루가 뿌려졌다는 강을 찾았다.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듯 하늘도 눈물을 흘리는 날이었다.
비가 내리는 강은 한폭의 수채화를 그려내는 듯 싶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태어나 단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던 말을 생각하며 후회하고 원망했다.
그의 눈에선 끝없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는 그의 심장이 터져라 외쳤다.
"어머니！"[이번 회 끝]
글 남규진[컴퓨터딜러]
/하이텔 미즐모(미스터리를 즐기는 모임) /go sg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