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연고지 광주 포기한 나산
기사입력 1999년 01월 20일 14시 42분
연고지는 프로구단의 생명인 흥행을 담보하는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연고팬들의 관심도가 떨어져 흥행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미련없이 연고지를 버리는 게 프로스포츠의 생리.
메이저리그 다저스가 73년 동안 연고지였던 브룩클린을 떠나 지난 57년 LA에 둥지를 튼 이유도 흥행 때문이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프로구단에 대한 협조여부도 중요한 연고지 결정변수.
90년대 초반 두개의 NFL(미국프로풋볼)구단을 보유했던 LA가 지금은 매년 겨울을 썰렁하게 보내는 이유는 바로 시의 무성의에서 비롯됐다.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은 어떤가.
지난 97년 시작된 프로농구는 물론, 출범한지 20년이 가까운 프로야구나 프로축구도 아직까지 연고지 권리를 지키려는 의식이 전무하다.
프로농구서는 원주 나래와 창원 LG 정도가 관중동원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같은 수입은 구단 운영비용과 비교하면 형편없이 작은 액수.
거기다 체육관을 빌려주는 지방자치단체의 횡포는 구단 관계자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정도로 `안하무인'이다.
최근 KBL(한국농구연맹)은 광주 나산의 올시즌 잔여경기를 모두 전북 군산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광주의 농구열기가 급격히 식은데다 자치단체가 턱없이 비싼 임대비용을 요구한다는 나산의 항변을 받아들인 것.
물론 나산측이 연고지의 열기 고조를 위해 어떤 투자를 했는지 먼저 물어야겠지만 이젠 우리 프로스포츠도 연고지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때가 된 듯 하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