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한달 5만원이상 '스티커 사진 중독증'
기사입력 1999년 01월 20일 14시 42분
"하루라도 안 찍으면 허전해요."
지난해부터 시작된 스티커 사진찍기 열풍이 올해까지 몰아치면서 `스티커 중독'에 걸린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 더 심하게 번지고 있는 `스티커 중독'은 상상을 초월한다.
친구와 함께 스티커 사진을 찍기위해 명동에 들렀다는 이모양(17．J여고 3년)은 "친구들 중에는 스티커 사진 다이어리 1∼2권은 기본이고 4∼5권(500∼600장)을 갖고 있는 애들도 많다"며 "심지어 한반에 2∼3명 정도는 돈을 꾸어서라도 사진을 찍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애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스티커 열풍을 말해주듯 서울 명동 한복판에는 4층 전체가 스티커 사진 자판기로만 꾸며진 건물도 등장했다.
구랍 15일 오픈한 이곳은 30평 남짓한 층마다 6∼7대의 자판기가 들어서 있고 종류도 가지가지다.
요즘엔 `피아노' `8월의 크리스마스' 등 영화 포스터를 배경으로 고객을 영화속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거나 `에스콰이어' 등 잡지 표지모델로 `변신' 시켜주는 기종이 대유행.
또 디지털 사진기로 3번 연속촬영해 만드는 `움직이는' 입체사진, 상반신이나 전신을 찍어주는 것 등 다양한 기종도 선보이고 있다.
가격은 사진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서 1천500∼5천원까지 천차만별.
명동의 `스티커 월드'를 운영하는 허재웅씨(42)는 "평일엔 3천여명, 휴일엔 5천여명이 몰린다"며 "고객 90% 이상이 중-고교생과 대학생들"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사진 인화상태나 뒷배경에 대해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자판기 기종을 3개월 단위로 바꾼다"고 덧붙였다.
스티커 전문기기 판매업체인 D사에선 모 연기학원과 스티커 자판기를 컴퓨터로 연결, 연기자로 캐스팅하는 시스템까지 준비 중이다.
"스티커 사진찍기가 마약과도 같다"는 C여중 2년 윤모양은 "처음에 찍은 사진이 맘에 안들면 잘 나올 때까지 7∼8번을 계속 찍는 애들도 많다"며 "스티커 때문에 한달에 5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 박신경정신과의 박종학 원장은 "청소년들은 유행에 민감하다"며 "특히 여학생들은 사진을 통해 모델이나 연예인로 변신하는 등 공부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한 방편으로 스티커 자판기를 자주 찾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