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세상] 이적선수들 파이팅!
기사입력 1999년 01월 15일 14시 25분
작년 크리스마스에 현대 야구단과 함께 금강산에 올랐다.
험한 산행에 기진맥진해 주저 앉았는데 도시락으로 나눠준 김밥은 목에 콱콱 막히고 문득 따끈따끈한 군고구마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돌아가자 마자 군고구마를 사먹겠다"고 잔뜩 벼르는데 옆에 앉은 박재홍이 "막상 서울에 가면 별 생각이 안날 것"이라고 한다.
"금강산 찬공기 속에서 숨이 차고 허기도 지는 김에 달착지근한 군고구마가 생각났지만, 서울 가봐요. `입맛'이 또 달라진다구요."
그의 말은 꼭 맞았다. 돌아온뒤 스무날이 지나도록 한번도 사먹지 않았다.
금강산에서 간절했던 군고구마가 서울 하늘 아래선 입맛을 당기지 못했다.
무엇이든, 혹은 누구든 제값을 하면서 빛을 내는 자리는 따로 있기 마련이다.
넉넉한 구단의 선수들은 그렇지 못한 구단의 선수들에게 늘 부러움을 산다. 경제가 어려워진뒤 부쩍 그렇다.
그러나 지난 연말 `부자구단' 현대의 어느 내야수는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한때 3할을 쳤던 타자지만 화려한 스타군단에서 지난 두시즌동안 변변히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한채 2년째 삭감을 제시받은 순간이었다.
"성적이 나빠 깎이면 감수하겠는데 뛰어보지도 못하고 거푸 뒷걸음질만 하자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디서든 뛰고 싶습니다."
작년말 현대에서 LG로 트레이드된 안병원도 그랬다. 부자 마운드의 미들맨이었지만 모두들 "다른 팀 가면 선발투수"라고 했다.
7년동안 몸담은 팀에 정이 담뿍 들었지만 종내는 안병원도 차라리 다른 팀에 가길 바랬고 결국 LG에서 이름까지 바꾸고 새출발을 한다.
이 겨울, 활발했던 트레이드로 낯선 곳에 떨어진 선수들마다 딱 그들에게 어울리는 새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금강산에서 한없이 `고프던' 따끈한 군고구마같은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
[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