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김희중 9단●최규병 8단
기사입력 1998년 05월 22일 13시 59분
제7보(101∼124)＝두 대국자의 단점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덜컥수'다. 김 9단은 거의 모든 대국에서 예의 그 `속기'로 일관하다보니 주로 감각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깊은 수읽기가 밑받침되지 않은 수는 상대의 수읽기 덫에 빠지기 십상인 것.
이 판도 그랬다. 반면 최 8단은 속기파는 아니지만 결정적 국면에서 종종 집중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보여왔는데 이 판 역시 예외가 아니었던 것. 그러면 두 대국자의 덜컥수를 추적해 보자.
흑 1 쪽 이음은 당연. 백 2 끊음도 이제와선 내친걸음이다. 결과를 떠나 흐름 자체는 돌이킬 수 없는 국면이 되었다. 9까지 손바람나는 흑의 기분좋은 싸발림이다. 백이 이렇듯 굴욕을 감수하면서까지 참을 수 있었던 것은 10의 끊음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수가 결과적으로 공염불에 불과했던 수읽기 착각이었던 것인데….
백 12 때 흑 13이 좌변에 대해 선수로 듣는 관계로 백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는 순간, 다음 흑 15가 백의 숨구멍을 터준 덜컥수다. [참고도 1] 흑 1로 뻗는 한수였다. 이랬으면 여기서 판은 그대로 끝났을 것. 백 2, 4의 수단은 흑 11까지 밀어붙여 중앙 백말은 그야말로 지리멸렬이다.
따라서 [참고도 2] 흑 1엔 백 2, 4로 끊고 싸울 수밖에 없지만 이것 역시 15까지 백 대마가 잡혀 상황 끝. 이랬던 것을 흑 15로 늦추는 바람에 백 16∼20에 이어 백 22 한방이 아프다. 이것은 [참고도 1]과 비교해 큰 차이. 그리고 나서 백 24로 중앙을 정비하니 흑도 공격보다 수습이 더 급해진 국면. 23＝△의 자리.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