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야구탐구] 박찬호 '원바운드 두려워 말라'
기사입력 1998년 05월 21일 15시 27분
지난 20일 박찬호의 5승도전이 실패했을때 필자가 그의 투구 못지않게 관심을 갖고 지켜본 것이 포수 찰스 존슨의 수비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보기 드문 흑인포수인 존슨은 필자가 미국에서 직접 봤을 때보다 더 많은 장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박찬호의 패배는 흐트러진 컨트롤, 공의 위력감소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존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도 패인의 하나.
그것은 콧대 높았던 피아자가 포수로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습관화된 투구패턴의 후유증으로 다음 등판부터 변화를 꾀해볼만 하다.
게임중 투구가 원바운드로 들어와 포수의 손, 팔, 어깨 등을 때릴때마다 얼굴을 찡그리거나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는 슈퍼스타 피아자를 보는 박찬호의 기분이 어떠했을 지 짐작이 간다.
포크볼이 주무기여서 원바운드공이 특히 많은 노모가 95년 처음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을 당시를 되새겨보자.
원바운드공을 블로킹하려는 순간 포크볼이 오른팔을 때리자 피아자는 마스크를 내팽겨치려는 동작을 취해 노모를 몹시 당황시킨 적이 있다.
그뒤 일본 광고모델 수입도 올리면서 노모와 절친해져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다저스 투수들이 다른팀에 비해 원바운드 투구가 적다는 것은 포수인 피아자와 절대 무관치 않은 일이다.
박찬호도 말은 안해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떨어지는 커브, 슬러브(슬라이더+커브), 체인지업 등을 마음놓고 던지기 껄끄러웠을 것이다.
실제 박찬호처럼 강속구 투수는 이런 투구가 가장 효과적인데도 말이다.
이번 시카고 커브스전에서 그동안 박찬호에게 약했던 3,4번 세미 소사와 마크 그레이스는 물론이고 결정적인 홈런을 날린 테일러 휴스턴에게 모두 높은 공을 맞았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원바운드가 되더라도 과감하게 낮은 유인구를 던질 수 있어야 된다.
존슨은 앉아 있는 자세가 피아자보다 낮을 뿐 아니라 특히 블로킹땐 두 무릎을 재빨리 땅에 깔면서 상체를 수그리고 포수미트를 가랑이 사이에 두는 완벽한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 정도 특급포수가 안방을 지키고 있다면 박찬호로선 마음놓고 원바운드공을 던져도 괜찮다는 얘기다.
메이저리그의 간판타자들은 어느팀이든 상대하기 어렵다.
박찬호로선 마치 친형같이 편안한 존슨을 포수로 맞은 것이 큰 행운임에 틀림없다.
지금이야말로 투구패턴에 변화를 줘 새로운 도약을 노릴 시점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