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아버지] 캐디백 메고 그림자 라운딩
기사입력 1998년 05월 18일 15시 00분
"직접 보지 못해 너무 아쉬습니다."
18일 새벽부터 일어나 대전 월평동의 집에서 TV중계를 지켜본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씨（47）와 어머니 김정숙씨（45）는 감격에 겨워 어쩔 줄을 몰라했다.
당초에는 박세리의 경기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현지로 원정응원을 가기로 했었으나 박씨가 보름전 허리를 다쳐 병원에 통원치료를 하느라 이번 대회에는 직접 가질 못했다.
박세리가 골프를 시작했을 때부터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그의 부모는 대표적인 `극성'이었다.
대회의 비중과는 상관없이 전라운드 전홀을 쫓아다니며 때로는 화도 냈고 때로는 달래기도 하면서 딸을 키웠다.
아버지 박씨는 딸의 캐디백을 메고 라운딩 모두를 쫓아 다녔고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위의 사람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욕을 해대면서 무섭게 다그쳤다.
또 세리가 가라앉으면 힘을 북돋아주기도 했다.
골프를 잘 못친 어느날 박세리는 "오늘 저녁은 안준대요"라면서 아버지의 군대식 조련을 주위 사람에게 말을 했을 정도.
하지만 아버지는 박세리의 평생 스승이었다.
3라운드서 퍼팅이 난조를 보이며 주춤하자 박세리는 곧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고 아버지는 "퍼팅을 천천히 해라", "16번홀에서는 페이드볼을 쳐라"는 등 원포인트 레슨까지 했다.
박씨는 "우승까지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가슴이 벅차다"면서 "성원을 아끼지 않은 국민과 팬들에게 감사하며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사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