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움직이는 홀컵' 경기 취소 해프닝
기사입력 1998년 05월 16일 02시 09분
15일 용인 88CC에서 벌어진 아스트라컵 제41회 한국프로골프(PGA)선수권대회 2라운드가 경기도중 홀컵의 위치가 변경돼 취소되는 프로골프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같은 해프닝은 9번홀(파4) 그린의 홀컵 위치를 잘못 설치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홀컵을 경사가 심한 지역에 만들어 놓는 바람에 홀컵 근처서 볼이 서지 않고 굴러내려가 대부분의 골퍼가 3∼9퍼팅을 기록한 것.
내리막 퍼팅은 홀컵에 들어가지 않으면 7∼8m를 마냥 굴러 내려갔고 오르막 퍼팅마저도 빠지지 않으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주일 프로는 이홀서 6퍼팅을 했고 김석근 프로는 아홉번째 퍼팅이 홀컵 앞에 멈췄다가 다시 8m나 굴러 내려오자 아예 경기를 포기했다.
선수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경기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코스가 현저하게 변경되지 않았고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된 경기자가 없는 경우에는 위원회가 라운드를 그대로 유효한 것으로 해주어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골프 규정집 판례 33조 2항을 내세워 홀컵의 위치를 당초보다 11m나 떨어진 평평한 곳으로 옮겨 경기를 재개했다.
또 이미 9번홀을 통과한 21명의 선수는 라운드가 모두 끝난 뒤 다시 9번홀 경기를 하도록 하는 편법도 동원했다.
그러나 유리한지 불리한지의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홀컵 위치를 변경한 것은 말도 안되는 처사라는 항의가 다시 이어지자 경기위원회는 아예 경기를 취소해 버렸다.
지난 95년 국내대회서 대회 도중 골프장측이 그린 자체를 옮겨 문제가 발생한 적은 있었지만 핀위치를 변경해 한라운드 아예 취소된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 프로골프사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
한편 이번대회의 메인 스폰서인 아스트라측은 한국프로골프협회에 엄중 항의하는 한편, 대회 상금을 축소하는 등 피해보상을 강력히 요구하기로 했다.
[88CC＝이사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