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사투(6)
기사입력 1998년 05월 15일 15시 27분
초계정 AE-207의 함장은 무전병으로부터 받은 보고를 처음에는 묵살했다가 점심을 먹던 중에 아무래도 꺼림칙해서 해군 사령부에 지나가는 말로 보고를 했던 것이다.
해군사령부의 정보장교 또한 함장의 보고를 웃어넘겼다가 소변을 보던 중에 역시 찜찜해서 부사령관께 구두보고를 했다.
부사령관은 즉시 사령관에게 보고를 했는데 사건의 심각성을 의식했다기 보다 일단 보고받은 사항을 넘기려는 의도였다.
무스타파는 즉각 세대의 신형 코브라 헬기를 출동 시키면서 자신도 동승을 했다.
세대에 탑승한 정보국소속 특전요원은 14명이었다. 카이로에서 살룸까지의 직선거리는 1,000㎞가 넘는다.
그래서 공군기지에 연락하여 F-15 전투기 3대를 출격시켰고 살룸 근처에 주둔한 육군부대에 연락을 했으며 국경수비대에도 절대로 트럭을 통과시키지 말라고 명령을 했다.
앞으로 한시간이면 결판이 날 작전이다. 그 여자의 제보가 사실이라면 하마니는 독안에 든 쥐였다.
F-15기는 20분 후에 목표상공에 닿을 것이며 살룸의 기갑부대는 30분후에 현장에 도착한다.
AE-207 초계정은 선수를 돌려 목표앞 해상에 45분후 닿을 것이다.
헬기의 좌석에 앉은 무스타파가 소리치듯 말했다.
"최고속력을 내라！"
비행기를 겁내는 그가 이런식으로 말하는건 처음있는 일이다. 그 시간에 워렌도 헬기에 앉아 있었는데 그가 탄 형은 아파치였다.
카이로 교외의 미군기지에서 발진한 아파치는 곧장 대각선으로 지중해를 향해 날았으며 목표지점은 그리스의 크레타섬이었다.
워렌이 옆에 앉은 피터슨을 돌아보았다.
"이봐. 피트, 몇분후에 나타나는 거야?"
소리쳐 묻자 피터슨이 팔목시계를 보았다.
"35분 후인 오후 4시 10분경입니다."
"빌어먹을, 지중해에 떠 있는 깡통들은 모두 뭘하고 있었던 거야?"
육군 출신인 워렌은 해군을 깡통이라고 부른다.
피터슨이 무전기의 스위치를 켰다. 핵잠수함 리버풀호에서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이다.
워렌이 하마니의 위치를 알게 된 것은 AE-207 초계정의 함장이 해군사령부로 보고하는 무전을 도청했기 때문이다.
수에즈 운하로 향하던 핵잠수함 리버풀호 함장 디킨슨 대령은 도청 즉시 함대 사령부로 녹음내용을 보냈고 홍해의 함대 사령부는 카이로의 워렌에게 즉시 전송해 주었는데, 걸린 시간은 15분도 안되었다.
그러나 리버풀이 오경미의 무전을 직접 받았다면 시간은 한시간도 더 절약되었을 것이다.
피터슨이 어깨로 워렌의 몸을 가볍게 밀었다.
"보스, 저기 있습니다."
그가 가리킨 바다위에 핵잠수함 리버풀이 검은 선체를 내놓고 떠 있었다.
마치 거대한 바닷속 포유동물처럼 보였는데 흰 항적을 길게 뻗치고 있는 것이 오만한 모습이다.
아파치는 급강하 하더니 리버풀을 향해 날아갔다.워렌과 피터슨을 갑판에 내려 놓으려는 것이다.
"이봐, 왜 수병들이 나와있지 않는거야?"
워렌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해치위에 서너명의 승무원만 서있을 뿐으로, 갑판은 텅 비어 있는 것이다.
그는 헤엄에 서툴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