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550만원짜리 쥐' 만드는 '신의 손'
기사입력 1998년 05월 11일 15시 01분
희귀종이나 호사가의 애완용 쥐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얼핏보면 그저 그런 실험용 흰 쥐이다.
그러나 550만원을 주지 않고는 못 산다.
몸무게 40g 몸길이 10㎝도 채 안되는 이 작은 쥐가 소 두마리 값보다 비싼 `몸값'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녀석'들의 정체는 최근 생명공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귀한 몸'으로 대접받고 있는 유전자 변이 쥐들.
서울 혜화동의 （주）마크로젠은 2천원짜리 일반 실험용 쥐를 가공（?）해 550만원짜리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쥐 공장'이다.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 석_박사 출신 10여명이 지난해 설립한 이 회사에는 별난 쥐를 만들어 달라는 고객들의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암에 걸린 쥐는 없나요?"
"당뇨병에 걸린 쥐가 필요한데요…."
이 정도는 약과다.
`키가 큰 쥐' `뚱뚱한 쥐' `에이즈에 걸린 쥐' 등 별의별 쥐를 다 찾는다.
고객은 제약회사나 대학연구소들.
신약개발이나 임상실험을 위해 `비정상적인 쥐'를 찾는 것이다.
사장 문영일씨（31）는 "지난 10월 개업이후 33건의 주문을 받았다"며 "연구목적에 따라 요구 조건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쥐를 주문생산해 내는데 걸리는 기간은 3∼4개월.
유전자 조작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풀빵처럼 찍어낼 수 없는 까닭에서다.
임신한 암놈의 수정란에 특정 유전자가 든 세포를 주입한 뒤 이를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하면 20일뒤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새끼쥐가 나오는 것이다.
이 곳에서 사육되는 쥐는 모두 1천500여마리.
주문이 들어오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뺨치는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체격이 좋고 건강한 어미쥐를 한 마리 낙점한다.
그래야만 단 한번의 자궁이식으로 `주문한 새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연구원 김순희씨（48）는 "온도, 습도, 조도 등이 자동조절되는 무균 첨단 사육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먹이나 위생, 환경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아이 키우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 목표는 3억원.
오는 2000년에는 일본과 미국 등지로 `주문 쥐'들을 수출해 20억원 정도를 벌어들일 참이다.
요즘 이 회사가 집중 개발중인 상품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쥐'와 `에이즈에 걸린 쥐'.
문씨는 "미국의 한 연구소는 알츠하이머（치매）에 걸린 쥐의 제조 기술을 600만달러에 팔기도 했다"며 "국내 유전공학기술이 세계 수준에 근접한 만큼 쥐가 고부가가치 수출상품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