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성신제 피자' 실명제로 친정에 도전장
기사입력 1998년 05월 11일 15시 01분
피자헛 신화를 이룩했던 성신제씨（50．서울 서초구 양재동）가 이번에는 피자헛 신화를 깨러 나선다.
13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 빌딩 맞은편에 자기 얼굴을 로고로 한 `성신제 피자' 1호점을 오픈하는 것.
84년 피자헛을 한국에 처음 들여와 52개의 직영점포를 개설한 지 15년만의 일.
제가 키운 닭을 제가 잡아먹겠다는 것이다.
성씨는 성신제 피자와 피자헛을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한다.
승리를 위해 거머쥔 `돌멩이'는 맛.
"빵은 이탈리아인들의 주식인 푸카차로 선택했습니다. 기름기가 없기 때문에 뒷맛이 깔끔하고 과식해도 부담이 없어요. 토핑은 가락동 농수산물시장과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산 신선한 재료만을 사용할 참입니다."
더 맛있고 더 싼 신토불이 피자가 있는데 굳이 로열티를 내가며 수입 피자를 먹을 이유가 없다는게 그의 달라진 경영론이다.
피자헛의 창업자금은 7만2천원. 그러나 성신제 피자의 창업자금은 `－40만달러（5억5천680만원）'로 오히려 줄었다. 빚을 내 시작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성씨는 현재 파산 상태. 지난해 10월 10일 로스트 치킨 전문업체인 케니 로저스 로스터스가 부도나 전 재산을 날렸다.
"죽지 못해 살았습니다."
면도할 기운도 없었다고. 자연스럽게 구레나룻이 길러졌다. 자살하기 위해 고층빌딩 옥상에 올라간 적도 수차례. 그러나 매번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도로 내려왔다.
2월 25일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LA행 비행기에 올랐다.
"외식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미국인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이름 석자를 걸고 피자 사업을 하려고 하니 돈을 대달라고 했습니다. 3년 안에 10개의 체인점을 내 모두 흑자를 낸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10명 중에 3명이 물주로 나섰다. 3월 4일 창업자금 40만달러를 들고 귀국했다.
"하루에도 수십장씩 피자를 만들었습니다. 오븐이 없어 피자헛 사장때 함께 일했던 부하직원이 경영하는 피자가게 주방에서 곁방살이를 하며 구웠습니다."
`마루타'는 물론 아내와 딸. 매일 피자를 먹고 맛을 평가했다. 지난달말 마침내 가족의 입에서 `더이상 맛있는 피자는 있을 수 없다'는 말이 터져나왔다.
중국음식전문체인점 `로터스 가든'을 운영하기도 했던 성씨는 지난 95년 `창업자금 칠만이천원'（여성신문사）을 펴냈던 장본인.
"제 삶이 IMF 시대에 부도를 낸 사업가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