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희씨] '그림으로 수맥파 막아요'
기사입력 1998년 05월 04일 15시 05분
"이 그림으로 말할 것 같으면…."
1일 인천의 한 여자고등학교 미술실.
미술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의 '약효'에 대해 설명했다.
달마도사를 먹으로 그린 동양화가 수맥파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
교사는 이어 철사 2개를 양손에 들고 미술실을 거닐었다.
수맥파가 나오는 곳에서 평행을 이루던 철사가 X자로 꺽였다.
그러나 그림을 걸자 철사는 거짓말처럼 평행선이 됐다.
인천 문일여고 미술교사 전상희씨(43.남.인천 남구 연수1동 동남아파트).
자기가 그린 달마 그림이 모두 수맥파를 막아낸다고 말한다.
수채화 물감을 제외한 먹, 4B연필, 색연필, 콘테 등으로 그린 그림이 모두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수맥파는 땅 속에 흐르는 물의 줄기에서 나오는 파장으로 건물은 물론 생물에게 크고 작은 피해를 끼칩니다. 막을 수 있다면 막아야죠. 그런 의미에서 제 그림은 수맥파를 막아주는 '부적'인 셈입니다."
달마그림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그림도 효과만점이라는 게 그의 주장.
그는 그러나 안중근 의사 등 다른 위인을 그렸을 때는 영험이 통하지 않더란다.
그림의 효력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전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일가친척을 비롯, 주윗 사람들에게 '보시'를 시작했다고.
18일 인천고등학교 반창회때 참석자들에게 각 1장씩 나눠줬고 30일에는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체육교사에게도 1장 건네줬다.
"기독교신자에게는 예수 그림을, 불교신자나 무신론자에게는 달마 그림을 줬습니다."
1장 그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30여분.
온몸의 기를 붓끝에 모아 그리는 것이니만큼 반나절 그리고 나면 힘이 쏙 빠진단다.
지금까지 그린 달마 그림은 총 30여점.
서양화를 전공한 전씨는 "'작품성'은 없지만 '건강'에는 좋은 그림인만큼 앞으로 계속 그려 좋은 용도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시청 복지과를 통해 시내에 있는 몇몇 사설 불우시설의 연락처를 건네받았습니다. 이들 시설에 성의껏 돈을 보내주는 사람에게 제 그림을 무료로 보내줄 생각입니다."
중앙대 회화과, 인하대 교육대학원 출신으로 12년째 교직에 있는 전씨는 국선에 몇차례 입상한 중견 서양화가로 지난해에는 개인전을 열어 수익금 전액을 교내 장학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정경희 기자]
